제대로 된 회사생활을 했던 첫 회사에서 퇴사한 이후 항상 수면 아래 잠기어 겨우 숨쉬며 사는 기분이었다.
몇 주 전, 허리가 끊어지게 아팠고 병원을 가서 2회의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단 두 문장으로 끝나는 이 고통은 꽤나 끔찍했다. 오른쪽으로 눕거나 왼쪽으로 돌아누워 휴대폰 만 할 수 있는 이 기간 동안 난 많이 울었다
가족같이 친하게는 지내지만, 자주 보진 않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울었다.
나는 서럽다. 나는 무직이고, 나는 돈이 없고, 이번 계약이 만료되면 길거리로 나앉을까 무섭다. 중기청이 연장되지 않으면, 디딤돌을 알아봐야하고, 그 일련의 업무를 할 생각을 하니 결국에는 길거리에 허리 아픈채로 월세도 못 구한채 추방당할 것이라는 비논리적인 생각만 든다. 나는 심지어 너처럼 열정적으로 몇 일을 앉아서 업무를 할 수도 없다. 나는 너의 빛나는 삶이 부럽다 나는 대체 왜 앉지도 못하고 서서 밥을 먹어야 하며 내 인생은 대체 왜 이리 풀리지 않는 것이냐고 울었다. 나 아픈데 우리집 와 준다는 친구도 없다 나는 서럽다
돌아온 답변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 네 인생이 불공평하지 않고, 무난하게 잘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면, 넌 오만한 태도를 지녔다" " 너의 고통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역경 중 하나에 불과하고, 많은 불행 중 병원 통원만 하면 되는 일이다. " " 지금 생각할 것은 허리를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게 하는 지이고, 이 역경을 넘으면 레벨업 하는 것이다." " 난 119 실려갈 때, 한 번 대학 동기에게 부탁한 것 빼고는 아플 때 누가 와 준다는 생각도 안하고 산다. 너는 따뜻한 아이다 " " 다음주에 갈 테니, 그만 울어라 "
인생이 무난하게 흘러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는데, 왜 무난하게 흘러갈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그녀의 말 들은 나에게 꽤나 위로가 되었고, 다음주에 그녀가 왔다.
면접이 2개가 잡혔고, 일정은 월요일 화요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면접이 잡혔는데, 나를 왜 불렀느냐 했다. 너는 면접을 열심히 준비해서 달달 외우지만,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고 혼자 있으면 우울하기만 하기 때문에 심신위로를 위해 너에게 말하지 않았다 했다. 함께 밥을 먹고, 공원을 거닐고, 집에와서 함께 면접준비를 했다.
남자친구와 으레 보내는 주말과 유사했는데, 저녁 10시가 지나갈 즈음 수면에 잠겨있던 마음을 얼굴이라 치면, 수면위로 코까지만 나온 기분이 들었다. -1에서 0으로 가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갑자기 -0.5가 된 것이다.
친구에게 나 좀 안 우울 한 것 같아, 조금 숨 통 트이는 기분이야. 했더니 " 너가 오늘 할 일을 해서 그래. 면접 준비 했잖아. 뭘 하면 덜 우울해. " 뭘 하면 덜 우울하다는 것은 거짓이다. 난 항상 뭘 했고 우울함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뭘 좀 열심히 하는 건 미세하게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정말 수면 위로 올라온 기분이었고, 그 기분을 지속하고 기억해야겠다고 했다. 그 기분을 기억하고 유지하려고 한 지 3일째다.
나 좀 덜 우울하다. 물론 선생님이 생각이 너무 많다고 불안약을 주신 것도 있겠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주 잠시라도 덜 우울한 낌새라도 느꼈다면 그 순간을 잊지말고 기억하려고 노력해보라고, 그럼 지속이 된다고 ( 물론 3일 됬지만.. ) 말해주려고 대화를 다 써봤다.
나는 매일매일 에이앱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고 위로를 받는다. 이 두서 없는 글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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