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실타래 풀기'
오늘 전 직장에서 오랜기간 함께했던 선배들과의 술자리를 마련했다. 불멍과 함께하는 노지에서의 캠프닉.
날씨는 다소 쌀쌀했으나, 시원한 날씨와 야경, 그리고 별빛이 함께하여 너무나 즐거웠던 자리.(17비의 야간비행 소음은 전혀 즐겁지 않았지만..) 두 선배 중 하나는 나를 탐탁치 않아하는 부분이 있었으나, 요즘 들어 변화한 나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다가와 가까워진 상태, 그리고 다른 한 선배는 그 성품이 온화함에도 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변화한 나를 보여주리라 라는 어떠한 의무감을 가지고 자리에 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의중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내가 생각하기에) 자연스레 이 자리에 임하였다.
함께한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가고, 그 선배가 자신의 힘든 아픔을 드러냈을때, 다른 한 선배는 장난 반으로 그 선배의 아픔에 대응했고, 나는 이때다 싶어 그 선배의 아픔에 공감하며 선배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그리고 선배가 있어 얼마나 다른 후배들이 안심하며 힘이되고 실무에 도움이 되었는지 위로하였다.
성공이었을까? 선배는 한층 누그러지고 친화적인 태도로 나에게 다음 모임은 언제냐고 꼭 주선해달라고 말해주었다. 또한 자신을 빼놓고 이런 자리가 지속되었던것이었냐며 섭섭함 또한 드러내었다.
깨달았다.
나만 외로운게 아니었구나. 나만 소외되었다 느끼고 조급해 하던 것이 아니었구나. (심지어 그 선배는 인망이 굉장한 선배였음에도!)
그리고 얽힌 실타래처럼 꼬인 사회적 관계 또한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든 다시 되돌릴수 있다는 것을. (물론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실타래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얽히고설키게 되어 도무지,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의 가지런한 모습으로 되돌릴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차근차근히, 묵묵히 하나하나 집중하여 풀어나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예전의 그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인간관계 또한 그러하다. 나의 한계와 가능성을 인지하고 진실되게 다가서면, 예전의 나를 어느정도는(!) 지우고 새로운 나로 그 사람에게 다가설수 있다.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여 나아갈수 있다. 이러한 생각으로 차근차근히 다시 나아가고 있다. 속죄와 비슷한 느낌일까...
그래도 나를 빼놓고 지역의 다른 이들이 모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을 때는 또 다시 위축되더라. 내가 감당해가야 하는 부분이겠지.
하지만 어제 보다 더 나은 내가 된 것 같아 약간은 뿌듯한 밤이다. 더 나아진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