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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기록2
Level 2   조회수 95
2020-12-17 09:52:43


226동 아파트에 살던 시절 우리집은 부자였다. 나는 몰랐는데 어른이되서 그 떄를 생각해보면 상당한 부자였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가기 싫은 학원을 억지로 다녀와서 여느떄처럼 밤12시에 집에 들어온 순간 집 분위기가 평소와 너무도 달랐다. 우리 집이 망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난을 배웠고 빈부격차를 배웠다. 나는 이사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투정을 부렸다. 내 추억과 친구들이 있는 이 동네를 떠나기 싫었다. 다행히 바로 옆에 있는 가난한 동네로 이사를 갔다. 친구들에게는 집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 잠깐 이사간거라고 거짓말을 했고 어떤 친구도 집에 데려오지 않았다. 그 때부터 나는 부모님을 원망했다. 투자가 실패해서 집이 망했다는 말이 그 어린 나에겐 이해가 안됐다. 그냥 돈에 미친 부모가 내 인생까지 망치는구나 아버지는 삶의 의욕을 잃으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붙잡고 어떻게든 집을 살리려고 노력하셨다. 아버지는 나 처럼 아파트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본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것 같았다. 마을 버스가 다니고 식당 옆에 딸린 1층짜리 집이였다. 학교까진 걸어서 1시간 버스는 30분 버스는 학교에 가려면 7시30분 버스를 타야 지각을 안해서 학교 운동장이 보이던 집에 살던 나에겐 지옥이였다. 우리 집엔 쇼파가 없었다. 난 그게 항상 불만이었다.  tv나 친구집에 놀러가면 다들 쇼파에 누워서 부모님이랑 이야기도 하고 했는데 우리집은 쇼파가 없어서 나는 내방으로 형은 형방으로 대화는 끊어졌다. 아버지는 고물을 모아오셨다. 아껴야 부자가 된다는 말로 집 한구석은 쓰지도 않는 쓰레기들로 가득찼다. 난 부모가 너무 싫었다. 공부도 하기가 싫었고 놀기도 싫었다. 내 인생의 첫 우울함을 배웠던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부모님 만큼 실망한 사람들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 시절 나의 상처에 대해서 제대로 어루만져준 사람이 없었다. 지금 역시 이글을 쓰는 이유역시 내 스스로가 그 때의 부모님 그리고 내 자신을 어루 만져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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