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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화에 그냥 쉬기로 했다
Level 2   조회수 177
2020-02-21 19:37:23

     

ADHD 약과 우울증약을 먹은지도 어느덧 거의 두달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처음 병원에 갔을때 의사선생님이 심각하게 봤던건 @가 아니라 내 우울증이였다. 나는 당시 충동적으로 병원에가서(@검사와때와는 다른 병원을감 지금은 계속 그 병원으로 다니고 있다) 의사선생님 앞에 안자마자 울면서 내 반려견이 보고싶다고 대성통곡했다. 부모와 동생에게는 강아지 이야기는 할 수 없으니 의사선생님은 들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죽은 내 개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슬프기는 하지만 무기력해지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내 옷에 붙어 남아있는 강아지의 털만봐도 마음이 자꾸 무너졌다. 나는 부모의 학대가 있어서 어렸을때 부터 항상 우울했는데 그게 너무 어릴때 부터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이런줄 알았다. 나는 성격이 강하다. 기도 쎄다. 승부욕도 있다. 그 전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해낼 자신도 있었다. 우울감이 항상 뒤따라 다녔지만 항상 뭔가를 해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내 개가 죽고나서 그제서야 내 개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 깨달았다. 학대속에서 버틸수 있던게 걔가 있어서였다. 내 버팀목이 없어져버려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가 없었다. 더 이상의 성공욕심도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그냥 하루를 좋은 기분까지는 아니어도 감정의 기복없이 하루를 지내고 싶었다. 이 상태가 계속되자 나는 정말 살기 싫었다. 눈뜨면 내 강아지 생각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교보문고를 가는게 좋아서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갔는데 그 윗층에 정신건강의학과가 있었다. '

     나는 @ 답게 충동적으로 들어가 2시간의 대기시간 끝에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그때부터 상담과 약을 병행한 후 내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하루 3-4시간 겨우자고 항상 뭔가를 해내야 하던 강박에 시달리던 나는 이제 5-6시간씩 푹자고 여유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또 화도 잘 안내게 되었다. 화 자체가 잘 나지 않았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어 화가 나질 않았다. 생활패턴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1달이상 정상적으로 생활 하고 있다. 


     우울증은 솔직히 아직도 있다. 20년 넘게 같이 있어온 얘라서 우울증이 없으면 내가 아닌것 같기도 할 정도다. 나는 대외적으로는 굉장히 밝다.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항상 사교적이라는 소리를들어왔다. 이건 일종의 내 사회생활 스킬이였다. 어릴땐 우울감을 그대로 표출했는데 그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식되었다. 대학에 와서보니 우울감을 그대로 드러내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그때부터 밝은 성격을 연기했다. 그런 성격을 연기하게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 교양 수업때 교수님이 테드톡을 보여줬는데 테드에서 연설하는 사람이 될때까지 자신을 속이면 언젠가는 그게 진짜가 된다고 들은게 계기였다. 그래서 밝은 척을 했더니 언제부터인가 사람들 앞에는 한것 밝아지고 혼자 있을때도 어두운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우울했을때는 내 개가 있었으니까 괜찮았다. 걔등에 얼굴을 묻고 개냄새(ㅋㅋ)를 맡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우울감은 사라졌다. 지금은 내 성격은 많이 바뀌였다. 나 스스로도 나는 밝은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증 우울증을 달고 있지만 나는 밝고 사교적인 성격이다. 


     약을 먹은지 몇주가 지났을 무렵, 생활과 정신으로 안정이 되었다. 나는 문득 사회에 나가고 싶었다. 그렇다고 다시 취직하기는 죽어도 싫었고 학교에 돌아가 남은 공부를 하기엔 내 흥미도 관심도 꿈도 학교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수의사가 되고싶어서 대학에 진학했지 그게 아니였으면 기타리스트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수의사는 키우던 개와 유기견 봉사활동때문에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기도 했지만 내가 강아지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되짚어 보면서 나는 항상 내가 하고싶은거에 불도저 처럼 밀고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흥미가 없으면 손을 대긴 커녕 눈으로 봐도 뇌가 인식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인간인걸 깨닫고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이점은 절대 고쳐지지 않을것 같았다.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하고싶은게 뭔지 좋아하는게 뭔지 질문을 던졌다. 돈을 아무리 적게벌고 몸이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즐거겁고 내가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10대 때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가가 되고싶었고 그 후에는 개가 너무 좋고 유기견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대학에 진학했다. 아무리생각해도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노는 버릴때 감흥조차 없었고(지금은 좀 그립긴하다) 기타는 장식용이 된지 오래되었다(그래도 관리는 계속 해주고 있다). 인생처음으로 목표가 사라졌다. 난 계획은 못세우지만 목표만큼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마감이 늦든말든 어떤식으로든 이뤄냈다. 근데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하고싶은것도 없었다. 이런 내게 나는 1년 정도 시간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좋아하는거나 하고싶은게 생기면 바로 하기 시작했다. 사회에 나가고 싶었지만 취직은 죽어도 싫었으므로 잡화점 비슷무리한 가게에 알바로 들어갔고, 빵집을 좋아하니까 주말에는 카페에서 일을하기로 했다. 벌던 급여의 3분의 1도 안되지만 사람들을 만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가 그리워서 대학생활내내 동물보호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무료 강아지 훈련' 이라는 동네 광고를 내서 연락오는 사람들의 개들을 무료로 훈련시키고 있다. 다른 집 개들의 천사수준의 이상행동을 고치면서 우리집 개는 정말 이름값 하는 개라는 걸 깨달았다(참고로 내 반려견은 시바견이였다) 그때문인지 요즘은 강아지 행동학에 흥미겨 온라인 클래스를 듣고 행동학에 책을 주로 읽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만히 있을때 머리속잡음이 들지 않고, 가만히 있는게 그리 지루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처음으로 멀티테스크가 가능해졌다. 책이나 공부도 집중하는 능력이 높아져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머리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예전에는 이해 없이 교과서를 통채로 외웠다..그래서 응용문제 나오면 응용을 못했다) 그렇다고 대학에 돌아갈 생각조차 나지 않는걸 보면 공부가 싫은것 같다. 충동구매도 많이 줄어 지출이 역대급으로 줄었다. 내가 왜 그런 쓸모없는 물건에 집착하고 모으고 구매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우울증을 약으로 다스리고 있고 여전히 내 개가 그립다. 게다가 지금은 정말 하고싶은것도 없고 열정도 없다. 그냥 매일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평화로워서 너무 좋다. 나는 앞으로 1년정도 하고싶은 일을 찾아 푹 쉴 예정이다. 시간낭비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언제 쉬겠냐는 생각으로 쉬기로 결정했다.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고 싶다. 이제는 성공욕구도 인정욕구도 아닌 내 개인의 행복을 위한 일을 찾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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