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지각을 하거나 복장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짐이 있으면 아침부터 엉덩이에 매질을 하던 학교였습니다.
우리 학교를 위해 특별 제작된 넓적한 나무 회초리는 진짜 조선시대 곤장이 떠오를 정도로 굉장히 아팠습니다. 저는 감각도 예민해서 맞는게 너무 무섭고 싫었지만 학급에서 제일가는 지각쟁이로 살아갔습니다. 친구들은 아마 제가 맷집이 좋다고 생각했을 테지요.
제 마음과는 다르게 선생님들이 게으르다, 정신 못차렸다는 소리와 함께 벌을 줄 때마다 공허한 마음으로 수용했던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전혀 납득이 안 되는 말 뿐이지만, 분명히 반성을 하며 살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나둘 겪어서 그런걸까요 얕은 우울감이 제 평생을 휘감았습니다.
심리적으로 확 끌리는 물리학공부, 영상제작, 그리고 음악제작 등에서 제가 남들 이상으로 활약을 하면 재능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늘 게으르고 의지도 없는 내가 뭔가를 하기 위해 밤을 새고 재능을 보이는게 너무 이상했습니다.
이런 연속되는 자괴감이 곧 끝나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 희망차게 살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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