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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와서 써보는 회고록
Level 3   조회수 160
2020-02-13 02:05:30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거라고 믿어왔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을것이라는걸 알면서도


그렇게 믿지 않으면 하루하루를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취업한 뒤, 내심 알고는 있었지만 사회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성인adhd에 대한 정보를 들었고


평생 갈일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정신과를 내원하게 되었다.




그렇게 약을 먹기 시작한뒤로 내 인생은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고, 안정기까지 왔나 싶었지만 


최근 여러모로 신경쓰이는 일이 많다보니 또 컨디션이 안좋아졌다 ㅠ


오늘은 특히 저녁약을 먹어야되는데 메디키넷을 먹어버려서, 잠을 자기에는 글러먹은 것 같다.


그래서 약을 먹고 이런저런 성찰을 한 뒤의 관점으로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려고 한다.


(그렇다. 여기까지가 서론이다.)




나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주변에는 게임을 하기 위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다.


어렸을때의 나는 누가봐도 게임중독일 정도로 게임에 미쳐있었다.


사회성도 떨어지고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집에서 게임할 때만 유일하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님의 학업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기 시작했고, 


게임시간은 점점 공부시간에 밀려 줄어들기 시작했다.


충동적인 스트레스 폭발로 인해 학원을 때려치고, 곧 성적이 떨어지고, 학원을 다시 다니게 되는 싸이클을 네다섯번 정도 반복한 뒤였을까?


나는 성적이 떨어지지 않으면 학원을 때려치더라도 다시 다니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그 사실을 깨달은 뒤의 나는 '시험에서 성적을 잘 받는것' 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평소에 수업을 듣거나, 수행평가를 챙기거나, 예습을 하는 등의 활동에서 집중력이 발휘되지는 않았지만


시험기간이 다가오거나, 실제로 시험을 보는 동안에는 일반인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했고, 좋은 성적이 나오면 또 성취감을 느끼면서 선순환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수업태도는 나쁘고, 내신도 안챙기고, 지각을 밥먹듯이 하며, 가끔 야자를 째기도 하지만, 시험만큼은 잘보는. 그런 비뚤어진 형태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시의 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걸 목표로 그때까지만 힘내자 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좋은 대학을 가면 가만히만 있어도 취업까지 알아서 될줄 알았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지옥이 시작됐다.


내가 지각할때마다 꾸짖어주는 담임선생님도 없었고,


매일 수업시간이 다르기때문에 엄마가 깨워주지도 않았으며,


시험보다는 내신의 형태에 가까운 대학교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리도 없었다.




가장 최악이었던 것은, '학원을 가지 않기위해' 공부한다는 동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학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일어나는 패널티는 엄마의 잔소리밖에 없었다.


성적이 떨어질수록 엄마의 잔소리는 격해졌고, 성적이 올라가기는 커녕 내 자존감만 무참하게 깎여나갔다. 


그렇다.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공부해서 취업은 하겠니?로 시작되는 꾸지람에 차마 휴학을 하고 마음을 추스리고 싶다는 얘기는 꺼낼수도 없었다.


졸업이 다가오면서 나의 스트레스는 절정에 달했고, 자취를 하고 싶다고 말을 꺼내봤지만


자취를 시작하면 더욱 나태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물론 나태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당시의 나도 알고있었지만, 그보다도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났기 때문에


거의 가출같은 형태로 뛰쳐나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와 함께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즐겁게 게임과 공부를 병행한 나는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무사히 졸업과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시 서론으로 이어진다.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 행동의 범위는 무척 늘어났다.


마음이 맞는 사람의 범위도 늘어났고,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운동에도 재미를 붙이고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손목의 상태가 좋지 않아 어쩔수 없이 멀리하고 있기도 하지만, 게임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준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게임을 재미있고, 쾌적하고, 당당하게 하면서 살기 위해 인생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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