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반년정도 열심히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터졌다.
내가 리딩하는 프로젝트이긴 했지만, 슬슬 질려가기도 했고, 어느정도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어서 그만두고 싶다고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의도 아니고 타의로, 그것도 다른곳에서 발생한 문제에 간접적으로 영향받아 억울하게 프로젝트가 날아갔다. 거기에 추가로 약 한달 넘게 다음 일감이 결정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고, 내 인생 최초의 번아웃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출근할 생각이 1도 들지 않았고, 회사에 출근해서도 딱히 의욕을 돋굴만한 일감도 없이, 그저 근무시간을 채우기위해 앉아만 있어야 하는 상황.
억지로 출근한 덕에 퇴근시간이 늦어져 늦게까지 남아있는 일이 많았는데, 당연하지만 늦게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당장 바쁜일이 있어 야근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옆에서 시간을 때울수록 무기력에 더해 죄책감까지 쌓이게 되었다.
이 번아웃을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은분이 많겠지만.. 나는 대응에 실패했다. 결국에는 남아있던 올해 휴가를 전부 쏟아부으면서 부족한 근무시간을 땜빵하고, 겨우겨우 휴직or퇴사 욕구를 참는걸로 그쳤다.
그렇게 기나긴 번아웃의 터널을 지나고, 얼마전 내 죄책감의 대상이던 야근그룹(?)에 합류하게 되었다. 와서 보니, 당분간은 쉴틈없이 일해야할 정도로 일이 많았고, 주7일 근무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당연히 체력에도 부담이 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번아웃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는 내가 일하기 싫어하는 무기력증 말기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보람차게 일을 하는게 내 삶의 원동력이 되가고 있었나보다. 내가 워커홀릭(?)같은 사람이 됐다는게 뿌듯하면서도 착잡했다. 일할게 없어지면 또 비슷한 상황이 올게 뻔했으니까..
최근에는 다시 정상적인 업무강도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지분을 줄여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을 더 열심히 할수 있기위해 손목 완치될때까지 게임을 참고 있었는데, 과하게 하지 않는 수준으로 게임을 조금씩 다시 하게 되었다.
운동중에서 제일 재밌게 다녔지만 비용의 압박때문에 관뒀던 클라이밍도 다시 등록할 것이고,
일이 없을때는 도파민 유발을 자제한다는 이유로, 일이 많을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제했던 수다방 등의 커뮤니티 활동도 다시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