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녀오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배가 고파서 부엌에 들어가 밥을 푸고 나니 선반위에 흰색 설탕이 보였다. 평소에 먹고 싶었는데, 항상 못 먹게 했다 아무도 없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있나 나는 밥에 설탕을 듬뿍 넣고 비볐다 얼마나 맛있을까? 입에 설탕 밥을 넣는 순간 아...! 너무 달아서 구역질이 났다. 으웩 못 먹겠는데... 안 들키기 위해 밥을 몰래 숨기거나 버려야 했다 나는 땅에 묻기로 했다 못 먹게 한 설탕을 먹은게 들키면 또 어김없이 욕설에 매질이 올 테니까 들키지 않게 나름 밥을 땅에 묻는 것에 심취했던 생각이 난다 히힛..안 들키게 잘 숨겨 뿌듯했다 땅도 단단하게 토닥토닥 다지며 설탕 밥을 숨기는 것 보다 땅을 파고 묻고, 다지는 그 과정이 꽤나 즐거워 열심히 땅을 다지고 밥이 보이지 않도록 흙도 돗아 놓았다. 방에서 딩굴며 책을 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기가 막혀 하며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 아까운 밥을 왜 버려놨냐? 어?`` 저녁을 먹을 때 할머니가 내 모험담을 가족들에게 늘어놓았다. ``아니 글쎄 집 마당 한가운데 누가 흙장난 하고 흙을 동그스마하게 올려놨더라고 발 걸리면 우짤라꼬 싶어 발로 톡톡 쳐서 후쳤더니, 아니 쌔~하얀 새 밥이 나오더라고 아이고, 시상에 무슨 밥을 왜 안 묵고 그래 놨겠노 어이? .....별짓을...기집이....처먹기만....``
자꾸만 못 먹게 하니 나는 점점 더 몰래 훔쳐 먹었고, 할매는 내가 탐을 낼만한 사탕이나 과자들을 점점 더 깊이 숨겨 놓거나 장롱에 넣고 문을 잠그어 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