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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쓰려고 했던 블로그 <진단 후,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사항> 미리 당겨쓰기
Level 2   조회수 191
2020-09-30 20:26:25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자 블로그를 일부러 안쓰고 있었다.

(일정 기간 이내에 블로그를 쓰지 않으면 수다방에 못들어가는 것을 이용한 자발적 수다방 출입금지)

그래서 내년까지의 목표를 위해 일부러 블로그 작성을 미뤄두었다.


그런데 요즘 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도 자꾸 뭔가 하나씩 빠트리고 마감기한을 놓치기 일쑤다.

최근에 마감기한 놓친것만 여러개고, 마감시간을 맞췄다면 이번엔 잘못된 내용을 제출하고, 

한번만 더 신경써서 확인하면 될 것을, 노트 정리 한번만 더 하면 될 것을 안하고 있다가 또 사단이 났다.

병원에 가야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당장 내일이 연휴 시작이라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탓에 약없이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이러한 피치못할 사정? 으로 수다방에서 도움을 얻고자

멋지게 쓰려 했던 첫번째 블로그를 패스트푸드점 감자튀김처럼 휘리릭 튀겨버리려 한다.


진단 후, 처음 약을 복용할 때의 팁?! 이랄까.

약을 복용하면서 알게 된 것이랄까.


1. 나의 경우에는 '복용일지'를 작성했다. 

거창하게 일지라고 할 것 없이, 

약을 복용하고서의 몸 상태, 기분상태, 정신상태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어딘가 다쳐서 처방받은 바르거나 먹는 약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니 병원에 그대로 가면 된다.

하지만 @는 아무래도 정신적 반응을 보는 것이고, 의사선생님이 보자마자 알 수 있는 부분도 아니기에, 

이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록해두는 것은 의사선생님께서 약 처방을 지도하실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에 유용하다.

또한,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사항들을 진료시간에 빠트리지 않고 말할 수 있고, 진료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과 개방적인(?) 의사선생님 덕분에 한달 내에 거진 모든 종류의 약을 시도해보았고, 약에 따라 나에게 나타나는 효과와 부작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약 복용일지를 작성하면, 자신에게 맞는 약을 비교적 빨리 찾는 데 도움이 된다.


2. 약은 모두에게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언급하는 이유는

약에 대한 반응이 약의 효과만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에 대한 부작용도 다양하다.

그 중,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아무데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었던 부작용을 겪었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부작용인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에게 엄청난 변화가 왔다는 것이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웠다.

약의 부작용이 당장 나타나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한 달 동안 아무 소리 없다가 한번에 부작용이 터져버렸다.


자세히 기술해 보자면, 

초기에 여러 약을 시도 해 보았고, 비교적 잘 맞는 약을 찾았다.

그 약은 보편적인 부작용이 있었지만 삶에 엄청난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약을 복용하고 한달 즈음 됐을때, 아무 이유없이 힘듦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그냥 온 몸이 힘든것을 넘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모든것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수다방에서 이런 저런 조언을 듣고 모든 상황을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약을 복용하는 한 달간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사용했기에 나타난 결과였구나 싶었다.


추가로, 같은 사람이더라도 스트레스 여부, 환경의 상황에 따라 같은 약, 같은 용량에 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언제는 이 약이 잘 맞았는데, 어느 시기가 되서는 그 약은 너무 고용량이고, 또는 저용량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에 관해 3번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3. 여러 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중독성 여부

@ 약에 대해 찾아보면 중독성은 대체로 없는 것 같이 설명되어있다.

그런데 이것도 사람 나름이고 신체, 정신, 환경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마취가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어떤사람은 마취가 잘 안되는 사람이 있듯이,

금새 그 도파민? 양에 익숙해져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바로 나였다.

약을 복용한지 3달도 채 되지 않았을때 약을 복용하기 전보다 더 심각한 문제 상황들이 터져나왔다.

집중은 물론이고, 실수나 갖가지 문제들이 약을 복용하기 전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이럴거면 왜 약을 먹기 시작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엔 최소 용량을 복용해도 각성이 너무 심하게 되어서 그것보다 더 적은 용량을 찾아야 했는데,

한달 만에 첫 복용량의 3배 이상을 복용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양을 복용하고 있는데 더이상 효과가 나지 않는다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의사선생님 역시 중독? 증상이라면서 여기서 더 용량을 올리면 나중에 본인이 힘들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무 약도 복용하지 않고 혼자서 디톡스 기간을 2주 이상 가졌다.

그 기간 동안엔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약은 최대한 피하고 있으며,

다른 약을 복용한지 적지 않은 기간이 지났다. 


하지만 오늘 같이 복용할 약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는 

서브약으로 가지고 있는 그 약, 중독 증상을 일으켰던 그 약이라도 복용해야 하는 것인가 결정의 갈림길에 놓인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놀랍게 집중력이 올라가는 건 초기 몇달 뿐인 것 같다.



이에 대해 비교적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한 분에게 물어보았다.

Q1. 장기간 약을 복용하다보면 더 이상 약효가 엄청나게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계속 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Q2. 약 복용 전과 후가 거의 동일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로 진단 받는것이 굳이 필요치 않은 것 아닌가?


그에 대한 답은 이러했다.

A1. 엄청난 놀라운 각성력은 없어지더라도, 자잘한 주의력은 생겨서 항상 어딘가 다치고 멍이들던 것이 이제는 더이상 다치지 않는다.

A2. 그리고 @로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이 최소한의 주의력을 주기도 하지만

내가 더이상 쓰레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 쓰레기가 아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약속시간을 지키고, 조금만 주의하면 자잘한 실수를 줄일 수 있는데

나는 시간약속 하나 지키지 못한다고, 내 스스로 세운 계획조차 실행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더이상 탓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약을 복용한 후, 집을 치우기 시작했고,

약을 복용하고 책상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아직 고치지 못했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을 조금더 지키게 되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요즘같이 약효가 나지 않을때면 스스로 또 자책한다.

정말 또 빙구짓을 하고 있구나 ..

나는 정말 ㅂㅠㅇㅅ 이네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모두가 각자에게 알맞은 약에 알맞은 용량을 찾길,

그리고 더 이상 용량이나 약의 종류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아름다운 날들이 오길 바란다.




p.s. 연휴에 할일 목록 다 짜두었는데, 약이 없어서 제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고 우울했었는데

    블로그 쓰면서 보니, 반대로 약을 안먹는다는 데 행복을 느껴도 좋겠구나 싶네요. 

    원래 알약을 잘 못먹어서 아침마다 약 삼키면서 정말 고통스러워 했는데,

    에이앱은 여러 면에서 치유의 효과가 또 잇는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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