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 나같은 사람이 있을까.
난 태생이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어떤 변명을 해봐도 결론은 게으르다 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억울했다. 난 열심히 하는건데 한다고 하는건데 그래서 분명히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데 게으르단다.
느리고 게으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난 느리고 게을러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무력감이 찾아왔다.
어차피 해봤자 되지도 않을텐데 느리고 게을러서 소리 들을 게 뻔한데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그럼 아무것도 못 하지"라고 했다.
낸들 모르겠는가 맞는 말인데 화가 났다. 아는데 안 되는걸 못 하겠는 걸 어떡해!
왜 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남들에게 비난받았고 스스로를 비난했다.
그렇게 우울감이 찾아왔다. 어떤 것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집에서도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만 있었다. 하루종일 잠만 자고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계속 잠이 쏟아졌다. 무지 피곤한 사람처럼.
약속이 있어 일어나려고 하면 가위에 눌린 듯 식은 땀이 나면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사람을 만날 때면 너무 긴장이 되어서 내가 뱉고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뱉고 있었다
속으로는 저 사람 나를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할까 하면서
나는 어디가 아파서 이러는 것 같은데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게을러서 요령이 없어서라고 한다.
그리고 사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병이었다니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