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블로그

명예의전당



글보기
지나간 일에 대하여.
Level 2   조회수 109
2020-10-02 22:31:02
안녕하세요! 셜븐입니다. 자주 방문해서 글 남기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여러모로 바빠 연휴에 글을 남깁니다.

이제 머슴살이도 약 4개월 정도 남았고, 뭔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막상 의지는 불타오르나 일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오전의 열의는 어디가고 초라한 인간만이 남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쉬는 연휴에도 똑같이 늘어져서, 나라는 인간이 언제부터 이리 됐나 되짚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의 억울한 삶을 어떻게 하면 주워담아 드릴 수 있을까.

할머니는 근 1년 전부터 지나간 이야기들을 많이 말씀하십니다. 주로 고생하신 일들을 말이죠.

저는 그 이야기들을 잠자코 듣습니다. 이것이 손자의 본분이려니, 하고 흘려들어 넘깁니다.

하지만 가끔씩 굳이 험담을 안할 수도 있는 분들에 대해서 악담을 하시는 모습은 참기 힘듭니다.

저로서는 그야말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행동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할머니께선 알츠하이머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가끔씩 집에

방문하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선생님들도 이 부분을 크게 우려하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요즘 들어 더 기운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지켜보는 수 밖에 없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쉬는 날에 가끔씩 할머니를 챙겨드리는 것 뿐이기 때문에...


저는 할머니에게서 제가 도저히 참기 힘든 말씀이 나올 때, 정중하게 말씀 드립니다.

"그 분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냐, 잘못은 오히려 우리에게 있다"

그렇게 제가 듣기 좋으시게 돌려 말씀드려서 사정을 해도 할머니께선 거침이 없으십니다.

가정의 피해자, 시대의 피해자가 애먼 사람을 붙들고 한풀이 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알츠하이머 병증이 진행될수록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는데 저는 두렵습니다.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억울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답답합니다. 마음 같아선 타임머신을 타고 가 할머니의 그 지나간 일을 주워담아 드리고 싶습니다.

아련하고 눈물이 나는 기억들을 바로잡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 응어리진 문제를 언제 풀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집을 떠나라고 합니다.

그러기엔 이 가련한 분이 걱정됩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감내해야 할까요?

고민입니다. 이번에도 한탄만 하고 가네요. 다음엔 긍정적이고 깊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