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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배터리를 받고나서 나온 생각과 고민...
Level 3   조회수 713
2020-11-06 12:50:38
원래 @판정을 받은지는 오래였다. 실비보험을 2월초에 들었고 그 뒤 집 근처 병원에서  CAT검사를 받았는데 수치가 꽤 심각하다고 했다. 지금 그 결과지는 대학병원에 제출해버려서 안 가지고 있지만 하여간 경계수준이 4개 중 3개였나... 그랬던거 같다. 
그래서 초반에는 콘서타를 먹었다. 근데 왠걸 초반에는 뭔가 있었던거 같다가 증량 후 효과는 없고 우울하기만 하고 불안만 있어서 공부하다가 계속 울고 눈물 흘리고 잠자기 직전까지 계속 우울한 상태였었다. 안정제까지 처방받았는데...
그 뒤, 스트라테라로 약을 바꾸었다 하지만 효과는 체감상 없었다. 이게 효과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라곤 하지만 난 느끼지 못했고 여전히 공부 중 딴짓은 계속 되었다.
같이 @를 가진 동생의 재촉. 동생은 다른 병원을 다니다가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나보고 빨리 자기랑 같은 대학병원가자고 재촉했다. 그래서 미루다 미루다 의사파업까지 겹쳐서 더 미뤄지다가, 9월에 드디어 용기내어 선생님께 병원 바꾸고 싶다고 했고 진단서를 받아 예약된 대학병원을 갈 수 있었다.
초진은 아마 레지던트에게 30분동안 내가 왜 @라 생각하는지, 그리고 인생사를 들려드렸고, 2주 뒤 다시 갔을 땐 담당 교수를 한 명 배정받았다가 동생과 같은 담당교수인게 좋겠다는 판단 아래 담당 교수가 바뀌어졌다. 
그리고 풀배터리 검사를 한달 뒤에 받게 되었다. 다만 검사 과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는데 임상심리사랑 말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 이대로는 직장가서 힘들 것이다.:, "너 이렇게 차별받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일일이 분노하고 대응하려 하다가는 니 언젠가는 직장 나가게 된다...", "아냐 넌 네가 보기엔 이성애자야" 등등 오랫동안 내가 고민하고 책 읽으면서, 같은 스터디 모임에서 고민과 토론을 거쳤던 것이 통째로 피해의식과 정신분열성으로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임상심리검사 도중 훙분하고 울어버렸고... 그것때문에 그 뒤의 각종 검사들의 집중을 덜했던거 같다.
그 뒤 계속 스트라테라를 먹으며 존버 후 검사 결과와 함께 다시 콘서타와 새로운 항우울제를 받게 되었고 다행히 지금은 효과를 보는 느낌이다.

결과는 간단하게 이러했다.
- 언어 110 지각 126 작업 100 처리 89
- 기억지수는 하위 0.1%인 59
- 전두엽 관리 기능 80
CAT 검사때도 수치가 심각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당시 CAT검사때는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리겜하듯 하면 되겠지뭐~ 하는 느낌으로 받다가 결과보고 그냥 어안이 벙벙했는데 이럴 줄은...
언어이해 부분은 내가 어려운 책을 보는 것도, 일단 교육받은 것들이 있었기도 하고 학창 시절 때 몇 안되는 낙이 아침에 신문 2개씩 읽기였는데 그게 다행히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초중때는 내내 왕따 당하다가 고등학교 때 좋은 선생님, 좋은 반 친구들 만난 것도 그나마 내가 사회적 관습을 어느정도 익히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지각추론이야 어릴 때 멘사급은 아니어도 멘사 퀴즈들이나 패턴들 푸는 걸 재밌어 했긴 했고, 길은 가족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잘 찾는 사람이긴 했다. 혹시 오염된 검사는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사실 다 처음보는 패턴들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건 생각 안 해도 괜찮을 듯 하다.  문제는 작업, 처리다. 작업기억의 경우는... 숫자 8 산수 12라는 평균 하, 평균 상 각각 이런 수치였다. 한번에 처리하는 정보량이 적어 효율성이 낮다고 한다. 결과지 소견은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도 이러다니 심각하다라고 썼긴 썼는데 스트라테라 그게 유효한 건지는 모르겠다. 처리속도 여기가 화룡정점인데, 처리속도 항목의 하위 카테고리인 시각적 변별력에서 점수는 4 장애로 찍힌 것이었다... 중간에 벌써끝내다니 생각하며 앞으론 얼른 풀어야겠네~ 했던게 있었는데 저거였던거 같다. 자극의 형태에 따라 처리속도가 현저하게 낮단다. 즉 시각적 변별력이 인지적 약점으로 나타나, 뭐냐에 따라 처리속도가 왔다리 갔다라 한다는 의미인거 같다.
기억 지수 59... 아니 이건 어떻게 말해야 할지 ㅋㅋㅋ 시행이 반복되어도 학습효과가 크기 않고, 정보의 등록 단계에서 단기기억, 유지 등 전반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단다.
하위 0.1%... 암만 심리적 영향이 있다고 쳐도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에휴 모르겠다.
전두엽 관리기능은 80 스트룹은 다 보통인데 도안유창성은 5로 매우 낮음. 일반지능에 비해 유의미 하게 낮음.
정말 심각한 ADHD였던거 같은데 조용한 사람이라 늦게 눈치챈거 같다.

 사실 @라서 억울하지는 않다... 아쉬운건 있어도. 뭔 자위질인가 싶긴 한데, 비(非)@들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 알아버린 뒤, 굳이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왜 그렇게 내 친구들은 술 안 먹고 못 버틸까. 왜 그렇게 술 좋아하고 사족을 못 쓸까 나는 술 마셔도 말만 늘어날 뿐이지 기분 좋아지지 않는걸까 싶었는데 이거였나. 물론 술을 좋아하는 @분들도 정말 많기에 이건 그냥 착각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에너지 넘치는 일을 만나기가 힘들어서 연인 사귀는 것에 집착하고 연애에 집착하는 이유가 이거였나. 물론 이것도 @들이 연애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거다. 또 착각일 것이다. 그렇게 내가 여러 분야에 오지랖 떤 이유가 이것이었나? 나는 @라서 그 혼자서의 잡생각과 호기심으로만으로도 나름 재밌는 생활과 문화를 즐겼던 걸까. 어릴 때 부터, 범생이 왕따로 인해 학교 선생님들이랑만 친한 생활을 해왔었는데, 대다수 선생님들은 내가 참 아는게 넓고 많다고 나중에 크게 사회 나가면 큰 재산이 될꺼라 얘기 했었다. 최근에 나를 가르쳤던 일본인 선생님은 내가 일본어 실력은 회화는 조금 딸릴지라도 내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대답과 호기심이 많아 일본가면 친구가 많이 사귈 수 있을거라 했었다. (친구 사귀는 건 많이 못했지만) 지식욕 어떤 분야든 얕고 넓게 알아가는 가려 하는 욕구가 @로부터 나왔다는 것이 어찌보면 축복이었다. 저주일수도 있다. @라서 호기심과 배경지식정도 선에서만 끝내고 깊게 빠져들지 않는다는 건 큰 한계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축복의 의미가 더 큰거 같다. 농담아니고 정말 좋다. 나는 앞으로 약으로 다스릴 것은 다스리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 만큼은 기질로서 계속 가져가고 싶다.

근데 결과지에서 마음 이론이 결핍하다고 나왔다. 1년전 학교 심리상담센터나 다른 사람과 대화했을 때와는 정반대 대답이어서 이건 심각하다. 불과 1여년전 상담에선 자신을 심각하게 책망하고 평행선을 달릴 타인에게 너무 감정이입해서 넌 문제라고 했었다. 타인이랑 다른 맥락에서 자란 사람이란걸 이해하고 이 사람과 이 대화만 피하고 넘어가야겠다. 마음 속으로 조절하고 계속 생각해왔는데도? 물론 사이코패스라는 의미는 아닐테고...  내가 흥분된 상태에서는 좀 이게 갑자기 아닌건 아니라고 약간 한치도 물러설 곳 없어진 사람 처럼 행동하긴 하는데 그것 때문이었나?  임상심리상담때 그 내 정체성을 부정하는 말을 듣고는 삐긋해서 엄청 흥분해버렸으니까... 모르겠다. 사실 @보다는 지금 이게 너무 괴롭다. 진짜 뭔데 내가 감정이입 능력이 결핍된거야...? 파시스트가 되버린 기분이다. 아니 그전에 저거 없으면 사회생활 가능한거 맞아? 1년전에는 타인을 너무 이해하려 들어서 문제라며... 이 이화 방어기제에 높은 이타주의 수치는 뭘까? 나는 내가 사는게 힘든 거 보다 내가 절대 이렇게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두렵기 때문에 이걸 좀 고민을 떨쳐야할거 같은데 지금 그게 안 떨쳐진다... 약 먹었는데도 이러면 정말 어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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