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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기
Level 2   조회수 122
2021-11-09 01:01:44

나이를 먹고 세상에 무뎌져가며 배웠던 사실 하나는 섣불리 솔직하게 나 자신을 드러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에 대해 공개적으로 작성하는 이 일은 유난히 낯설다. 무의미한 웹서핑으로 수십여분을 낭비한후에야 여기엔 양식도 주제도 제한이 없다는걸 겨우 깨달아 작성을 시작했다. 결론을 정하지 않고 막연히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보는 건 오랜만이라 가본적 없는 길을 떠나는 기분이다. 익숙지 않아 껄끄럽긴 하지만 난해한 보고서를 작성할때만큼 막막한 기분은 아니다. 자주 지나다니며 들여다보아 앞으로는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거닐수 있으면 좋을것 같다.


생채기인줄만 알았던 크고 작은 상처들이 켜켜이 쌓여 치료하기 힘든 내상이 된 듯 하다. 이미 어지간한 충격에는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될줄은 몰랐지. 왜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다음번엔 이렇지 않을거라고 기대를 했을까. 스스로를 희망고문으로 끊임없이 괴롭히는듯 하다. 일이 기대처럼 잘 되가는 듯 하면 찰나의 기쁨을 누렸다가도 상황이 어림없이 악화되면 자책을 반복하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나약한가. 그로 인해 지금 이렇게 글을 적을수 있는건진 몰라도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되는 특질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를 위한 변론을 해보자면 나 역시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개선을 꿈꾸며 여러 시도들을 했지만 방향이 잘못된건지 근본적으로 내가 문제인건지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 가위에 눌려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는채로 점점 숨이 막혀오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게 아니라는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덩그러니 선채로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게 주어진 선택지 역시 점점 줄어들 것이다.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있는 이상 일단 움직여야 한다. 이곳에 이르게 된건 혹시 답을 찾을수 있을지 실낱같은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찰나의 위로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얻을수 있을까? 대단한 기대를 하기엔 지난날 켜켜히 쌓인 무력감이 온몸을 짓누르는것 같지만 일단 한걸음을 떼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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