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저만 친구라고 생각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고 전개 방식이나 하는 얘기들이 전부 제가 우울증 극한으로 몰렸을 때랑 너무 똑같아서 정신과에 가보기를 조언했습니다.
이 친구는 제가 우울증과 ADHD 때문에 정신과에 정기적으로 다니는 것도, 다닌 덕분에 많이 좋아진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의 가족 관련 트라우마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너한테 험한 말 하기 싫다” 하더군요.
정신과 다니는 날 여태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해졌습니다.
정신과 다니는 날 이상하게 본 게 아니고 자기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싫다는데 그럼 저랑 대화는 왜 하는 걸까요? 조언은 왜 구하고 고민은 왜 말했던 걸까요? 저는 닥치고 듣기만 하라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평소에도 제가 제 얘기를 하면 전혀 관심 없다고 그러더군요. 저는 감정의 쓰레기통이었습니다.
뭐 아끼는 이에게는 호구가 되어도 괜찮습니다. 근데 호구를 넘어선 쓰레기통 취급이네요. 선을 넘었습니다. 피가 차게 식었습니다.
나 자신이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을 그대로 두고 있었던 스스로에게 조금 화가 나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반성하게 되네요.
이성과는 괜찮은 인연을 맺기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연을 끊지 않고 이어나가는 친구들은 전부 동성이네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것 말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절교 선언하고 차단 박은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 나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불렛저널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쓰기 시작하면 후기 올릴게요. 불렛저널 창시자가 ADHD 환자였다고 합니다. 많은 ADHD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