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생각한 건데, 나는 의지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거의 없는 쪽에 가깝다 또한 노력도 많이 하려하지 않는데, 힘들고 어려워서 숙달되려면 힘과 시간을 들여야하는 일들은 죄다 싫어한다
운동, 공부처럼 육체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물론이요, 취미인 그림 그리는 것도 기왕 하는 거 잘하고 싶으니까 인체 구도, 채색법 등 여러 가지를 찾고, 보고, 그걸 사용해서 직접 그려보기까진 한다 하지만 구도 잡기가 힘들다거나, 채색이 마음대로 안된다거나 하는 등 잘 진행되던 게 턱 하고 막혀버리는 순간, 세상만사가 귀찮아지면서 의욕이 뚝 떨어져버린다
한번 이 과정을 겪고 나면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긴 하지만 그걸 보고 다시 연습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냥 이런 방법이 있구나,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지, 하고 막연한 미래를 기약하기만 할 뿐 실행으로 옮기진 않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모른다 노력을 해도 내 몸이 좋아지고, 성적이 좋아져서 시험에 붙고, 내가 그림을 확실히 잘 그리게 될 거라는 그런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건지, 노력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렇게 나중에 잘될지 안될지도 모른 채 힘들게 노력할 바에야 그 시간에 재밌는 딴짓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해보지도 않으면 모르는 것이 아니냔 말을 듣는데, 이 말도 물론 맞는 말이다 노력을 해서 안 될 수도 있지만, 잘 될 수도 있단 걸 안다 그리고 대부분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 편이란 것도 알기는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유익한 활동을 하나라도 해보는 게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 남들을 보면 노력해서 미래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척한 경우가 많은데 그걸 보고서도 내가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말 어째선지, 머리로는 아는 것들인데 마음은 영 동하지 않는다 여태 골머리를 앓게 했던 문제를 해결해줄 약도 받았겠다, 다시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데 영 손이 가질 않는다
논다고 해도 나날이 돈을 먹기만 한다는 죄책감과 시험 날짜가 다가온다는 불안감을 잠시만 잊게 해줄 뿐, 다 놀고 나면 이것들이 파도가 되어 덮쳐온다
나는 내가 힘을 들인 만큼 댓가를 받고 싶어하는 보상 심리가 너무 강한 나머지, 미래에 보상을 받을지 안 받을지도 모르면서 현재를 재미없고 어려운 노력만 하며 보내는 것을 꺼려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보상은 그 존재의 여부 자체부터 불명확하지만, 현재에 노는 것은 비록 죄책감이 따를지언정 확실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니 눈앞에 뻔히 보이는 쾌락을 고르는 것이다
한번은 이런 보상 심리를 이용해서 공부를 많이 한 날에는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을 써먹어보려 했지만.. 슬프게도 오래 가진 못했다 보상이 게임 시간이면 아니, 공부 안하면 할 수 있는 건데 굳이? 하는 생각이, 물건이라면 공부 해도 살 수 있는 건데 굳이?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게 가장 컸다 물론, 보상의 정도를 스스로 잘 조절하지 못했던 것이나 나중에 게임할 것만 생각하면서 오히려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되거나 일찍 놔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도 기여했다
이렇게 한번 실패하고 나니, 그 다음부턴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노력을 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 거리가 되었다 이것 때문에 한동안은 왜 내가 노력하지 않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려 했고, 그 결과로 위의 보상 심리에 이어서 '내가 노력을 하면 !!!무조건!!! 시험에 붙는다' 등, 노력의 결과에 대해 확신이 없으면 아예 도전조차 잘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머리에 지식을 꽉 채운다한들, 시험 당일에 운이 안 따라주거나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스스로 안 좋은 미래를 떠올리며 나 자신을 불안으로 몰아가는 것도 큰 것 같았다
확신 없이 시작해도 된다, 의외로 그 선택이 실패해도 영향이 크진 않다는 유튜브 영상을 봤고 어느 정도 공감도 했다 확실히 나에게는 아직 여러 번의 기회가 있으니, 이번 시험이 실패해도 더 도전할 수 있다
이번에 꼭 붙지 않아도 괜찮지만, 다음 시험 때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공부를 하는 것이 맞다 나는 또다시 막연한 미래에 희망을 걸기 위해 현재의 확실한 즐거움을 버려야한다 누구든 이런 시기를 거쳐왔을 테고, 거쳐갈 텐데 나는 너무 늦게 거쳐가게 되었다 오히려 이렇게 노력하는 법도 모른 채 커버렸으니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를 테지
하지만 어렵다고 언제까지나 미룰 순 없다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대기만 하는 날 보며 답답해하고 스트레스 받았을 내 주변을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그런 점을 혐오하는 나와 그런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나는 노력할 필요가 있다
더 나이 들면 조그만 습관조차 제대로 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약이 있고 약효가 있을 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이것 때문에 병원도 갔다왔다 그러니까 이제 정말 하는 것만 남았다 우울과 무기력에 휩쓸리지 말자, 그것은 약이 잠깐 끌고온 부산물일 뿐이다 금방 사라질 것에 눈길을 두지 말고 미래를 밝혀줄 불꽃을 키워나가야할 때다
말만 거창하게 하고 정작 안할까봐 겁이 조금 난다 하지만 미룰래야 미룰 수 없는 곳까지 날 몰아넣은 것은 결국 나고, 이런 나를 이끌어가는 것도 나다 고3 때도 피했던 노력과 의지, 이제는 진지하게 다시 되찾아야할 것들이다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