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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말실수로 우울할 뻔 한 날
Level 3   조회수 380
2022-02-06 16:59:58

Adhd는 말실수를 하기 쉽다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 하여 분위기와 주제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미리 짐작하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돌출적으로 말을 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소위 말하는 ‘갑분싸’다. Adhd는 갑분싸 제조기일 가능성이 높다. 


오늘 아침 상황이 딱 그랬다

여행 이틀차 아침, 거실에서 친구들이 얘기하고 있었다.

일어나자 마자 나도 대화에 끼게 되었고,

분위기는 어느새 이상하게 흘러갔다

언쟁이 높아졌으며 상대 전 여친 이야기를 꺼내고 그 친구의 잘못되었던 행동을 평가한다. 상대의 얼굴이 울그락 부그락해진다.

이외에도 지나치게 거친 말들 - 충분히 더 순화된 표현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을 상대에게 거침없이 내뱉는다. 약간의 인격모독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가 쎄했음을 지금 돌이켜 보니 깨닫는다

파-국이다


인생에서 수 없이 많았던 일들이다

고향에서 공부와 가족과 일에 몰입해 살다 여러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이다.

역시 나란 놈은 이런 놈이다. 사람을 만나 어울리면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부끄럽고 자기 비하적인 생각에 빠져들 타이밍이다.

여러번 반복해온 패턴이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다

Adhd임을 알기에, 잘못과 실수에 더 너그럽다.

큰 잘못에 부끄러워 하고 아파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음을 안다

평가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본다

관조한다

나는 왜 그때 그렇게 심한 말실수를 했을까… 날 괴롭히 않는다

오로지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이고

‘어떻게’ 미래에 대처할 수 있을 지 생각한다


9시 머리도 감지 않고 일어나 여러 사람들과 얘기했다

콘서타를 먹지 않고 사람들과 대화했다!

보통 집에서는 12시까지 콘서타 없이 혼자 쉬다 점심 즈음 복용한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콘서타의 약효가 나타날 때이다. 먼저 생각하고 말하고 남의 입장과 감정을 생각하며 대화할 수 있다. 여행 숙소를 공유하는 친구들과 아침부터 대화할 때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한 것이다. 경험이 없었다.

Adhd에 내 모든 잘못을 전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adhd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방지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나의 상황, 감정, 행동을 평가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괴로운 감정의 늪에 빠지는 것은 쉽고 고통스럽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돌이켜 보고, 내 실수를 개선, 방지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다.


훗날 여럿이서 여행을 갈 때, 중요한 사람과의 자리에서, 선배들에게 말조심해야하는 합숙 훈련 등에서는 앞으로 아침에 함부로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미리 약을 먹을 것이다.


심리상담사님께서 내게 늘 말씀하신다. 내가 잘못하든, 기대만큼 성과를 못 내든 평가하고 상처받긴보다는 그저 바라보라고. 바라볼 때 도리어 더 나아갈 수 있다. 잘못에는 사과를 구하되, 반복을 막기 위해 분석하고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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