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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과 ADHD
Level 3   조회수 892
2022-02-03 17:12:26

내가 ADHD임을 확신하게 된 계기가 된 티스토리 블로그 글이 있다.  

https://nomadic-basil.tistory.com/m/26?category=819584 


<내가 어떠한 글을 읽게 될 때, 단어 하나 하나의 뜻은 모두 알지만, 그 문장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분명히 문장안에 있는 모든 단어를 알고 있지만 문장을 읽고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짧은 문장이거나 굉장히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경우에는 그 문장을 읽자마자 바로 이해가 된다.

다만, 글이 다소 학술적이거나 난해한 경우는 단어를 알고 있을지라도 바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글을 읽고 그 글이 머릿속에 바로 입체화돼서 이해가 되지 않다보니 시험을 볼 때 굉장히 불리했다.

내가 읽은 글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다시 읽고.. 두세번씩 읽었던 것 같다."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다.

정말 머리를 망치로 띵 얻어맞은 기분이랄까.

그렇다. 내가 가진 문제점을 적절한 단어와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해 헤매고 있던 순간,

나 대신 이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어준 글을 만나게 되었고, 나는 나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난독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ADHD'에 의한 '난독증'임을 명명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지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었다.

난독증이란 듣고 말하는 데는 별 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는 소아 혹은 성인이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로서, 학습 장애의 일종이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라는 학문적인 의미의 난독증과는 다소 차이가 있

다. 정확히 말하자면 ADHD의 난독증은 전두엽의 실행기능 장애에 의한 작업기억(단기기억) 저하에 의한 증상이다.


우리 뇌의 '전전두엽'은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전전두엽의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는 바로 실행 기능이다.

동기 부여, 시간 관리, 체계적인 업무 수행, 일의 순서, 작업기억 처리 등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ADHD의 많은 증세들, 무기력, 의욕 저하, 시간 낭비, 비효율적인 일의 수행, 눈치 없음, 난독증, 청각 난독증 등이 바로 이에 기인한다.

난독증은 이 중 단기기억의 처리에 이상이 있어 발생한다.

짧은 문장으로 되어 있거나 굉장히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들 ( 특히 평소에 관심을 갖던 주제 )은 쉽게 이해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흥미가 없는 주제나 그 전에 접한 적 없는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는 문장에는 굉장히 취약해진다.

특히 일반인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단기기억으로 인해서 '독서'에 큰 문제가 있다.

흔히들 글의 정보가 머릿속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앞에 읽은 문장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긴 문장은 문장 내의 앞에 있는 단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이해하는 데 보통의 사람들은 한 번 읽어서 이해하는 것을 두 세번은 읽어야 한다.


난독증을 가지고 있음을 살면서 거의 자각을 하지 못했었다.


학교 내신에서도 수능 준비에서도 국어 성적에서 늘 최상위권을 유지했기에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공부', 정확히는 시험 성적 취득을 위한 '공부'의 범위를 벗어나면 나의 난독증은 큰 불편이었다.

위 블로거는 살아가는 데 약간 불편한 정도일 뿐이라고 했으나 나에겐 최악의 증세였다;;;;

대학에서 조별활동을 할 때 조장이 카톡방에 공지하는 내용들을 읽어도 기억 속에 주입이 되지 않는다.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기억해야 할 내용인지를 알 수 없어서 조별 활동이면 늘 묻혀가는 신세였다.

음식 레시피, 빨래 방법, 여행지 소개, 서류 처리 등 실생활 정보가 담긴 블로그 글을 읽어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정보글에서 내게 필요한 키워드를 선별하지 못하고 스스로 정리, 체계화하지 못하니

소위 "검은 것은 글이요, 하얀 것은 배경이로다" 지경인 것이다.

심지어 지원금 관련 서류를 읽고는 700만원을 충족해야 한다고? 이게 말이 되나? 계속 머리를 끙끙 앓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형이 "그거 70만원 이잖아..."

'700,000'라는 수를 70만원으로 해독하지 못한것이다;;;


자각하지 못했을 뿐 난독증 증세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일본 추리 소설을 읽으면 '문장' 단위로 해독하지 못하고 '등장인물' '배경' '인상깊은 단어' 등 '단어' 중심으로 정보를 인식한다. 소설의 글 중 40%는 아예 읽지도 못한다. 이해하려면 3-4번은 읽어야 하므로 그냥 건너뛰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소설 내용을 이해하냐고? 그냥 뒷내용을 보고 앞 내용을 추론하는 것이다. 나의 높은 국어 성적이 상당 부분 이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어떤 책을 다 읽고 나도 보통 책의 '내용'이 기억나는 게 아니라 글을 읽은 '순간' 느낀 '감정' '분위기' 위주로 기억한다.

이는 청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내가 잘 모르거나 관심을 갖지 않은 이야기를 친구가 말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머릿속이 안개가 낀 듯 뿌애지는 브레인 포그 현상이 일어난다.


대인 관계 유지를 위해서 겉으로 티내지는 않고, 묵묵히 듣고 가만히 있는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로 인식되서 대인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나의 대인 기피 증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https://youtu.be/8Zojgwmv62g 



토마스 E. 브라운,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Brown ADHD Clinic을 운영중이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ADHD는 글쓰기, 자신의 생각을 정제된 글로 표현하는 것을 심히 어려워한다.

많은 환자들의 머릿속의 생각을 에세이나 과제, 일기에 말이 되게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 난독증 증세는 아토목세틴 계열의 약효가 약한 약보다는

콘서타 같은 중추 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메틸 페니테이트 계열의 약물로 훨씬 호전이 잘 된다.

아토목 세틴은 이 증세에 거의 호전을 보이지 않았었다....


난독증을 가진 아동의 40%는 ADHD 유병자이고, DSM-5에 따르면 ADHD와 난독증은 높은 비율의 동반 이환율을 갖는다고 한다. 여튼....

콘서타 18mg 초기 복용 때는 난독증 증세가 거의 없어지다 시피 했었으나 요즈음에는 유독 난독증 증세만 원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 이번주 정신과 방문 때에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증량을 결정해야 겠다.

+ ADHD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특이적이라는 것이다. ADHD 증세가 사람마다 다른 양상으로 다양한 강도로 나타나는데 난독증은 내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겪을 정도였으니까.


+ 본 글에 제대로 설명을 안 했지만 난독 증상은 아토목 세틴에서 콘서타로 바꾸면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아토목세틴 계열에 비해 콘서타가 난독 증상, 말이 귀에서 귀로 빠져나가는 증상 해결에 더 큰 효과를 보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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