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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시간
Level 8   조회수 115
2022-01-31 19:23:13

알람이 울렸다. 

아침이다. 

간밤에도 조금 늦게 자서 피곤하지만 그래도 눈을 비비고 폰을 확인한다.

머리가 무겁지만 과연 얼마나 잘 잤나 웨어러블 기기의 수면 트래킹 결과를 보고

기왕 폰을 연 김에 밤새 쌓인 카톡과 트위터도 슬쩍 보고, 

좀 멍때리다가 아이고 내가 이럴때가 아니지 하고 이불을 걷고 나섰다.

벌써 십분이나 지났다.


간밤에 씻고 잤으니까 세수만 간단히 하고 얼굴에 로션과 썬크림을 바르면서 

옷을 한겹한겹 주워입는다. 내복까지 입고 머리까지 만지고 나면 10분이 더 지나 있다.

 

이제 15분안에 반드시 집을 나서야 한다. 

워치를 차고 알람 5분을 맞추고 나서, 

겉옷을 한겹씩 주워입으면서 가방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자기 전에 냉동실에서 꺼내놨던 떡을 한입씩 먹는다. 

떡 하나 다 먹을때쯤 5분 알람이 끝났다. 알람을 한번 더 걸고,

아침약을 꿀꺽 삼키고 떡 하나 더 집어먹는다. 

외투를 입고 가방을 메고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오늘 가지고 나갈 것을 모두 챙기고 


두번째 5분 알람이 울렸다. 


이제는 집을 나설 시간.












ADHD인은 사람마다 여러가지 영역의 강점과 약점이 다른 것 같은데, 

나의 경우 다른 문제는 비교적 심하지 않은 편이지만 지각과 미루기 문제가 심각하다.

 

분명히 크게 늦잠을 자지도 않았고 착착 부지런히 준비했다고 생각하는데 

왠지 준비를 마칠무렵이면 또 정시에 도착하기엔 빠듯한 시각이 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며 환승과 교통상황의 운에 기대야 하고 

아주 늦지는 않아도 꼭 5분 10분 30분씩 습관처럼 지각하는 만년 지각대장이었다.


ADHD를 발견하고 셀프 인지행동치료를 해볼까 하고 책을 보면서 가장 유심히 살핀것도

지각과 미루기를 포함한 시간관리에 관한 사항이었다.


인지행동치료 책에 따르면, 시간계획을 하려면 

일단 목표를 설정하고, 할 일의 목록을 만들고, 활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일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추정하고, 일정을 짜고, 그에 대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ADHD의 인지행동치료, Young, Bramham)


나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늦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서 

하루치, 또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계획을 염두에 둔 책의 내용을 응용해 

출근준비의 시간계획을 만들고 실천해 보았다. 


특히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어떤 일을 하는데 실제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내가 생각한 것과 어떻게 다른지 측정해보는 것이었다. 


나는 샤워를 하는데는 15분 정도, 머리를 말리고 만지는 데엔 5분쯤, 

세수를 하고 얼굴을 만지는데 5분, 옷을 입는데는 10분정도, 

그리고 가방을 챙기는데는 한시간도 쓸수 있다(ㅋㅋ) 

그리고 밥을 제대로 챙겨먹으려면 준비+먹는데 30분이 걸려서 


아침에 일어나 한 삼십분 정도면 밥먹고 준비해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 가까이 됐던 것이었다... 

나는 아침잠이 많으니만큼 제시간에 집을 나서려면 단계를 더 간략하게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샤워는 밤에 하고 자는 것을 루틴을 정하고, 

가방은 밤새 충전해야 하는 것 등을 제외하면 자기전에 미리 싸놓고 

아침밥은 도저히 생략할 없으니 최대한 간단히 먹을 있도록 했다


그리고 준비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딴길로 샐 수 있어서 
외출준비를 할 때에는 워치에 3분이나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알람을 계속 반복해서 걸어두고 있는데 
딴길로 새더라도 다시 해야 할일(외출준비)로 주의를 되돌리는 효과가 있는 듯 하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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