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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에 무뎌지지 말자" - 캐나다에서 쓰는 일기 3
Level 3   조회수 149
2022-03-22 13:19:12

일기는 자게가 아니라 블로그에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옮겨?왔네요 ㅎㅎㅎ


캐나다 처방과 치료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이 몇 분 계셨는데 

의사는 빨라야 6월에 만날 수 있어서 저도 딱히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없네요ㅠ


의사를 만날 때 까지의 제 일기에는

나름대로 제가 여태까지 효과를 봤던 방법들을 기록해서 잊어버리지 말고 앞으로의 계획도 잘 세워보자는 목적에서 쓰는 것입니다.

또 기록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네요 ㅎㅎㅎ


오늘은 제가 이사한 후 우울감이 어느정도 줄어들게 해준 환경 변화들에 대해 갑자기 써보고 싶어졌어요.

주방 조명이 깜빡 거리기 시작해서 너무 거슬리는데 그게 갑자기 저에게 생각을 정리할 거리를 줬네요 ㅎㅎㅎ

사실 조명이 시원찮으니 제 기분도 안좋아지기 시작해서.. 뭔가 기분에 휩쓸리지 않고 할 거리를 만들어야 해요 ㅎㅎㅎㅎ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지낸 지 약 1년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 살던 집보다 월세는 아주 쬐끔 더 비싼데  덜 안전해요. 그리고 위치가 아주 .. 똥망이에요..

그런데도 이사를 했어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원래 살던 집이 반려동물이 불가인데 제가 고양이를 임시보호 하고 싶어져서... 가 가장 컸어요. 

귀여운 고양이가 집에 있으면 청소도 좀 더 하고 덜 게을러질거야!!! 나만없어 고양이!! 라는 멍청한 생각과 통장잔고 생각하지 않는 충동성이 결정에 크게 한 몫했습니다. 




그런데 이사하고 보니 고양이도 제 우울감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은 바뀐 조명, 거실의 큰 창, 공간 분리 이게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캐나다의 노란 조명을 참 싫어합니다. 백인들 눈에는 노란조명이 낫다고 들었는데 평생을 하얀 형광등 밑에서 살아온 저는 몇년을 살아도 이 노란 조명이 그렇게 싫더라구요.

원하는 만큼 밝지가 않으니 너무 답답하고 제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더라구요. 

예전에 창문이 굉장히 독특한 집에서 산 적이 있는데 창문을 열려면 무거운 덮개부터 열었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귀찮아서 창문을 거의 안 열고 살았어요... 하루 중 가끔 환기할 때만 열어두고.. 항상 창문과 덮개를 다 내려두고 살았죠. 1층이라 보안상 그렇게 해놓은거라 항상 덮개를 열어두기에도 그닥 좋지도 않았고... 노란 빛으로 가득 찬 외부 빛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는 집에서 그렇게 살았어요 ㅋㅋㅋ

몇 명 되지는 않지만 집에 왔던 친구들이 아늑하고 좋은데 꼭 시간이 멈춘 집 같다고 했었죠. 그 집에 살 때 인생 최대로 우울했네요. 

그 떄 분명 몇몇 사람들이 제발 창문 덮개까지 다 내리지 말고 조명도 바꿔보라고 했을 때 말 들었어야 했는데..  그때는 그걸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그렇게 하면 제 우울감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아예 안들었어요. 

그 이후로도 멍청하게도 이집저집 떠돌며 룸렌트 하던 시절에 조명이 너무 싫어!!! 하면서도 바꿀 생각은 전혀 안했고..........


현재 집으로 이사하기 전 2년 가량 살던 원룸에서는 노란 조명이었지만 천장이 높아 사다리 빌려와서 올라타고 바꿔야 했던 곳이라.. 또 패스... 


현재 집은 거실 조명은 제가 새로 구입해야 했던 터라 당연히 하얀 조명으로 구매했고

방과 주방 조명은 바꿀 필요 없이 하얀 조명이었어요.


게다가 원룸 살때보다 훨씬 큰 거실 창문 .. 예전에는 남향이었는데도 주변 건물들 때문에 빛이 많이 드는 구조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집 앞이 공동묘지라.. ㅋㅋㅋㅋ 가리는 건물이 전혀 없어서 빛이 너무 잘 듭니다.


확실히 낮에도, 밤에도 심적으로 늘어지거나 가라앉는 정도가 많이 줄었어요.


원룸 살다가 거실, 부엌, 방이 분리가 된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룸렌트하거나 원룸 살때는 침대에 자꾸 늘어지기 마련이었는데 

요리를 하는 공간, 밥을 먹는 공간, 자는 공간 이런 것들이 조금씩 분리가 되니까 심리적으로도 뭔가 더 정돈이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여전히 미친듯이 어지르고 공간이 늘어난 만큼 더 어지르는 거 같은데... 

그래도 한 집이지만 그 안에서라도 여러가지 일들을 조금 분리된 공간들에서 하니까  , 특히 자는 공간이 다른 생활공간들이랑 분리가 되니까 확실히 늘어짐이 덜한게 체감이 되었습니다.



저는 집 볼때 그냥 제 예산에 맞고, 고양이 키울 수 있으면 되고, 따뜻한 물 잘 나오고, 바퀴벌레 안나오면 된다 등 아주 단순하디 단순한 것들만 고려했는데 

뜻밖에도 바뀐 조명, 거실의 큰 창 (일조량 증가), 공간 분리! 이 세가지가 저를 참 많이 도와줬더라구요.


누군가에게는 이런 것들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저는 환경에 정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또 한편으로는 티비나 책에서 그렇게 "환경 변화" "환경 정리"가 얼마나 리프레시에 도움이 되는가를 많이 보고 접했는데도 

조명한번 바꿔볼 생각을 하지 않고,  그렇게 무디게 살았던 제가 저를 참 많이 돌보지 않았음을 느꼈어요.

그렇게 싫다 싫다 하면서도 왜 안바꿔봤을까...


진작에 좀 더 이런 점들을 신경쓰며 살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지금은 아예 거실 창문에 커튼을 쳐서 가리지도 않아요. 커텐은 걸려만 있을 뿐 1년 넘게 거주하면서 커튼쳐본 횟수는 초반에 몇번 뿐입니다. 우울감 차이가 확연히 달랐어요.


물론 완전히 우울감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우울한 생각을 어디선가 끄집어내고 만들어내는 이 뇌는.. 바뀌지 않지만 그래도 좀 덜해요.


여러분들도 바꿔야 할 전구가 있으면 바꿔보시고 이사를 해야 할 때라면 빛이 잘 드는지.. 이런것들을 생각해보시고

우울한 생각들이 사실은 나로부터 온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주변이 이래서야..  바꾸면 나도 좋아질 수 있어!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보세요.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얼른 바꾸셔요!

첨부파일th.jpeg (5.6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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