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에 글을 쓸 줄은 몰랐는데, 익명성을 빌려 용기내어 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ADHD를 진단받고 콘서타를 복용한지 한 달이 넘은 것 같아요. 처음에 ADHD 진단 테스트에서 ADHD로 나왔는데 약이 안들어서 안 먹다가.. 재복용하기 시작한 후 그렇게 되었네요. 저는 PMS (생리 전 증후군), 우울증, 불안장애로 정신과를 3년 전 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너무나 다행히도 다니던 회사 바로 근처에 마음 맞는 선생님 만나서 2-3년 꾸준히 치료 받았어요. 지금은 다른 병원에 다녀서 ADHD를 진단받았지만..전문가가 쓴 책을 보니 ADHD를 앓고 있는 성인들은 꼭 동반질환이 1-2개씩 있다고 하더군요.
저의 주된 우울증의 원인은 불안정한 가정상황에서 왔고 그 트라우마가 지속해서 저를 괴롭히며, 지금도 현실이 괴로우면 꼭 꿈에 제가 과거에 고통받았던 순간이 나오곤 해요. 그니까 저의 주된 증상은 우울+불안이였고 이게 일상생활에도 항상 녹아 있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ADHD를 눈치 못챘던 것 같기도 해요. 시간 약속을 못 지킨다던지 기다리는걸 못 참는다던지 일반적인 ADHD 증상에는 해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늘 자극에 예민했고, 30 중반이 다 되도록 남이 하는 소리를 신경하고 상처받고 사느라 남이 삼는 기준을 저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왔으며 필요 이상으로 집중하기는 힘들었고 아주 어릴 때 부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새벽에 동트는 것을 보고 잠드는 습관이 들었던 기억, 대인관계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괴롭힘 당했던 기억, 학교 책상에서 늘 공상에 빠졌던 기억이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이 커뮤니티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만 전두엽쪽이 약한게 아니란걸 깨닫고 공감도 가고 한편으론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는 것에 대해 좀 서글퍼지기도 했어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ADHD 증상인 것 같은데 여기다 물어볼까? 병원 찾아갔는데 왜 여기 반응이랑 다른거야? 정신과 가는게 나중에 위해가 되면 어떡하지? 이런 글들이 많이 보이는데, 사실 이런 글들을 올리는 심정을 너무나 잘 알아요. 하지만 너무나 분명한 건 그 어떤 것도 전문의 의견을 듣는 것보다 정확할 수 없습니다.
내 증상이 어느 정도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 같으면 방문할 수 있는 가까운 병원중에 수소문해서 병원 치료 방식이 어떤지, 또 문의하면 초진+ 재진 가격도 알려줍니다. 또 홈페이지나 후기들을 보면 대충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도 요즘엔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번 방문해서 의료진이나 병원이 어떻다 판단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어서 좀 길게보고 진료를 시작하는게 맞을 것 같아요. 무조건 장기전이에요.
저도 한창 진료중일때도 현타가 계속 엄청 왔었어요.. 약을 계속 복용하는게 맞는건지, 정신과 진료를 계속 받는게 맞는건지, 내가 치료를 시작한게 정말 나한테 도움이 되는건지.
약 때문에 부작용도 아주 심했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가장 잘 한 선택중 하나인 것 같아요. 꼭 약물 복용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정신의학을 공부한 사람과 상담하면서 제 자신 자체도 파악하고 알아갈 수 있었던 아주 큰 기회였음을.
그리고 늘 채찍질만 했던 저에게 이제는 칭찬해 주기로 했어요. 나만 혼자 우울증에 빠져 이렇게 사는구나 라고 비난하기 보다는, 정신과에 찾아갔던 그 발걸음과 용기..또 꾸준히 낫기 위해 제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를.
우울증약을 오래 복용해왔고 또 콘서타도 매일 복용하고 있지만 약이 전부가 아님을 확실히 느낍니다. 그리고 약이 전부 해결해 줄 수도 없고요..
제가 도움받았던 책들과 컨텐츠들을 알려드릴까 해요. 집중하는게 힘드시다면 이런거 틀어놓고, 방 청소를 한다던지, 그러면 저는 시간도 잘 가고 좋더라고요.
뇌부자들 팟캐스트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462
유튜버로 요즘에 유명하신 것 같은데 사실 저는 그 전부터 청취자였어요. 유튜브 보다는 여기서는 실제 사연을 듣고 정신과 의사들이 의견을 내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풀어줍니다. (1시간 정도?) 이 분들이 실제로 어떤 성격을 가지신 분들인지는 짐작할 수 없으나 저는 사연을 소개하면서 공감해주는 것만 해도 무척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소개드릴 책은,
우울할 땐 뇌과학
예민한 사람을 위한 좋은 심리 습관
그냥 좀 괜찮아 지고 싶을 때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한다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사랑 받을 권리
필링 굿
정신병동 이야기 (만화)
나는 왜 침착하지 못하고 충동적일까? (만화)
나는 왜 집중하지 못하는가
자신감을 키워라
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힘빼고 행복
등등이 있네요.
또 불면증이 심할 때, 유튜브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여행"이라고 치면 여러 컨텐츠들이 있는데 저는 나름 불면증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의학신문을 꼭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www.psychiatricnews.net
정신과 의사들이 글이나 컨텐츠를 많이 올려놔서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각자한테 맞는 방법이 있고 분명 해결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걸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해 왔구요. 제 글을 보고 용기를 내셔서 앞으로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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