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을 먹고 있고 약 복용을 시작한지 2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내가 정말 ADHD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ADHD는 아닌데 그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그냥 게으른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ADHD가 있건 없건 그와 별개로 스스로를 매우 게으른 편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의 게으름을 병 때문에 그렇겠거니하고 넘어갔는데(뭐든)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어떤 부분이 있고 이제 그게 병이든 아니든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내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이 제 책임이 아니고 병 탓이니 자발적으로 습관을 고치려는 노력을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시피 했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흥미 없는 것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 경향이 어려서부터 굉장히 심하고, 거기에 더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만족할 만한 성취를 낸다는 느낌이 강해 재미없지만 해야 하는 것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소위 말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스스로 강하게 받고 있고, 어려운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성향도 있습니다. 무엇인가 하나를 완전히 끝마친 경험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 성향은 그게 병이건 아니건 제가 안고 가야 할 것이고, 언제까지나 노력의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해서 아무 결과도 얻지 않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ADHD인가 아닌가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 좋아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을 할 때는 현실의 할 일 리스트에서 벗어나 오직 과거의 제 행적에만 골몰하면서 즐겁게 나는 진짜 ADHD일까 아닐까만을 생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두 달이면 이제 과거보다는 지금 내가 약을 먹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며 지금의 일상을 살아갈 때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달리 말하면, 저는 제 일상에 쓸 시간을 고민해봤자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더 이상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쓰고 싶습니다.
눈앞에 닥치면 재미없더라도, 얻고 싶은 결과가 정말 많습니다. 자존감에도 연연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계속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러기 위해서는 헛된 생각을 자꾸 하는 버릇을 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심삼일하더라도 저는 오늘부로 내가 ADHD일까 아닐까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대신 지금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행동하겠다고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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