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어젯밤, 집에 돌아오니 책이 든 택배 상자가 나를 반겼다. 마침 다음날은 심리 상담일이었고, 심리상담소의 소장님에게 '책이 나오면 한 권 드리겠노라'고 약속했었다.
책을 처음 선물한 대상이 심리상담소의 소장님이라 의미가 깊었다. 내가 다니는 심리상담소는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통해 인연이 닿았는데, ADHD 약을 복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의 근육'을 기를 수 있는 힘을 준 곳이다.
2. 원고를 보내고 난 후,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거나, 프로필 사진 촬영을 원치 않으면 자신을 상징하는 물건을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프로필 사진은 다른 일정과 겹쳐 촬영할 수 없었기에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떤 물건이어야 좋을지 고민됐다. ADHD 에세이인데, 타로카드 사진은 영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한참 고민한 뒤에 떠오른 게, 지난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찍었던 사진이었다. 그때는 ADHD 진단을 받고는 우울증이 극심해서 일상을 겨우 이어가고 있었고, 엄마는 이런 나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엄마 당신의 해결책으로) 주말에 나를 차에 태우고 교외로 데려갔다. 아빠 산소에 들러서는, 최초로 산소에서 흐느껴 울고는 임진각으로 갔다. 거기에 가니 풀꽃이 많아서, 엄마가 내 어린 시절처럼 풀꽃으로 팔찌와 반지를 만들어줬다. 멍하고 무기력한 상태였지만 사진도 찍었다.
'언제, 어떻게 죽어야 하나'라는 고민이 수시로 떠올랐던 시절의 사진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대신할 수 없을 만큼 감정상태가 좋아지고 일상생활도 어렵지 않게 해내서, '나와 ADHD를 상징하는 사진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사진을 냈다.
3. 책에는 <우아한 또라이로 살겠습니다>을 쓴 민바람 작가님의 에세이와 인터뷰도 실려 있다. 나는 ADHD 진단을 받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책을 읽으며 울었기 때문에, 민바람 작가님과 같은 책에 글이 실린 게 너무나 기뻤다.
민바람 작가님도 인스타그램을 하게 된다는 걸 우연히 알고는, 며칠 전에 DM을 보내 대화를 했다. 대화를 마무리 하기 전에, 작가님에게서 '함께 힘내자'는 응원을 받아 힘이 났다. 감사합니다. ADHD 당사자로서, 제 자신을 세상에 표현하며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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