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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adhd 진단기
Level 2   조회수 262
2022-11-18 15:56:37

나는 그냥 게으르고 일을 끝의 끝까지 몰아서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누구나 일은 하기 싫어하고 본인이 게으르다고 생각하기에 이것이 병일 줄은 몰랐다.

adhd가 의심되어 5년 전에 병원을 방문했고 진단을 받았음에도 내가 adhd가 아닐 거라 의심했고 3개월 정도 복용하다가 단약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나는 성장 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었고 이제는 나를 제대로 마 주보고 관리해 보고자 한다.


학창 시절 성적이 좋은 편이었고 독특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아서 항상 대표를 도맡아 했다

늘 우산을 잃어버렸기에 우산은 일회용만 구입했다

하도 지각을 많이 하고 과제를 하지 않아서 학교와 학원에서 유명했다 

각종 시험과 수행평가를 제출 전날 밤을 새워 꾸역꾸역 해내었다

한 번은 진짜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지나가던 차가 나를 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도 있었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문제아가 된 적이 없고 가장 빛났던 시기인 것 같다

반이 바뀔 때마다 친구들을 쉽게 사귀었는데 그전에 친했던 친구들을 소홀히 했고

친구들이 섭섭하단 말을 자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늘 깊은 인간관계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학교는 진짜 천국이 따로 없었다

1학년 때부터 과외를 했기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으며

꼭 들어야 하는 수업, 시험 이런 것이 없기에 계속해서 미뤄댔고 수업 참여하는 날이 진짜 드물었다.  

원래 규칙과는 거리가 멀기에 허구한 날 밤새워 술자리를 즐기기 바빴다.

7년 만에 겨우 대학교 졸업을 했고 공무원 시험 준비라는 좋은 도피처로 3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 생활을 즐겼다.

미래에 대해 계획한 적도 없거니와 해야지해야지 하는 것들은 늘 뒤로 미뤘다.

약속시간은 늘 늦는 사람이고, 나의 독특했던 행동들은 이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떠나게 하였다.

나만 빼고 다들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그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려 부단히 노력하느라 늘 귀가하면 녹초가 되었고 언제부턴가 집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너 꼭 adhd 같다 한 적 있는데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우연히 성인adhd를 알게 되고 내가 성인adhd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내가 adhd였기 때문에!!

그간 내가 묘하게 느낀 소외감, 공감받지 못하는 그것들이 모두다 adhd였기 때문이란 걸로 수수께끼가 풀렸다.

약의 도움을 받으니 생각에서 행동으로 옮겨지는 시간이 확실히 짧았다. 

내가 전두엽이 제 기능을 못하는 지도 모르고 나를 너무 미워했다. 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고 나와 화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취업준비를 하고 취업을 했다. 그리고 운동도 시작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드디어 사람답게 살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며 운동까지 병행하니 하루에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이 적어서 

굳이 약의 도움이 필요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 내가 adhd가 맞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3개월만에 단약하기로 결정했다. 의사선생님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꼭 다시 찾으라 하셨다.


최근 결혼을 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오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었다.

다시 백수가 되어보니 나는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자유시간이 많아지니 나는 무질서하고 모든 것을 미루며 무기력하다.

내 모든 것을 알고도 동반자가 되어준 남편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백수일때 가난해서 받지 못했던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고 

나는 진짜 어쩔 수 없는 adhd라는 것을.. 이제는 더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6년 전보다 지금 성인adhd에 대한 정보가 많아져서 좋다. 

학창시절부터 늘 곁에 있어주던 친구에서 내가 adhd임을 알린 적이 있는데
6년 전에는 그럴리가 없다고 울었던 친구가 지금은 많은 매체에서 나오는 사례들을 보며 그렇겠다며 인정한다.


이제 더이상 피하지 않고 나를 마주보고자 한다. 

그리고 남은 인생은 좀더 건강하게 잘 살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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