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다. 넌 게을러서 안돼.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성실하지 않다. 일머리 있지만 게으르다. 시작할때는 푹 빠져 열심히지만 금방 실증내고 끈기가 부족하다. 시험은 나쁘지 않게 보지만 숙제를 안 해온다. 인생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쉽게 산다. 운 좋은 아이
학창시절부터 서른살이 된 지금까지 항상 저를 따라다니는 말들입니다.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성인 adhd 접하기 전까지 저도 스스로 '게으르고 불성실하지만, 운이 좋아서 머리가 나쁘지 않아서 잘 풀렸다'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성인 adhd를 접하고 나서 특히 어렸을 때 저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아 난 adhd인 것같다고 생각했고, 1년 가까이 adhd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난 후 언니에게 물었죠. 어릴 때 나는 어땠냐고. 성격이 더럽고 타인이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은 너는 했다. 확신했습니다. 나는 adhd겠다. 치료를 받아야겠다.
병원에 내원했고, adhd약을 먹은지 3주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약을 먹으면 나의 게으른 모습들이 바로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했던 거 같습니다. 연구 쪽에 있으니 약을 먹으면 앞으로의 연구, 공부 모두 약만 먹으면 훨씬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약을 먹으니 효과가 바로 있었어요. 다만 원하는대로 연구와 공부를 성실히하게 되는 그런 건 아니더라구요. 아침에 잠에 깼을 때 뇌가 빨리 깨고, 몸을 덜 부딪히고, 사람 얼굴 잘 기억하게 되고 분명히 약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방향은 아니지만 분명히 저의 일상은 나아지고 있어요.
사실 공부와 연구를 하는데 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거란 기대를 해서 여전히 게으른 저의 모습에 실망했던 것도 좌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약에 의존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의 일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이 되고 있고, 에이앱에 많은 분들이 스스로 습관형성에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다짐했습니다. 약은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으니 나는 나의 몫을 하자. 어제보다 오늘 5분이라도 더 하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어제보다 5분이라도 더 나은 오늘 하루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