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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7살의 주절거림
Level 3   조회수 173
2022-12-19 08:40:59

병원 꾸준히 다닌지 1년 7개월.. 제 정신으로 산 지 한...3개월

내 존재 가치에 대해서 매일 의문을 가지고.. 죽으면 모든 것이 자유로워 질 거란 생각..언제부터 죽음을 동경했을까

고등학생 때부터? 아니 중학생때부터.. 난 이게 우울증인 줄 몰랐지. 난 늘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지

근데 죽지 않고 신체적으로는 아주 건강하게 잘 살더만

고등학생이 되어 학업 스트레스가 과도하고 집에서 연발하는 문제들이 나를 옥죌 때도 나는.. 학교에 가면 웃었다.

공부는 힘들어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기뻤다. 대학이라는 희망 비스무레한 미지의 문이 있기에 참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 나는 나를 놔버렸다. 공부와 함께..

물건을 자주 잊고, 알바에서 실수 연발, 방금 가르쳐 준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혼나기 일쑤, 그로 인한 무시, 왜 이렇게 점심먹고 늘 강의실에서는 졸까..

내가 비타민을 안먹어서 일까. 건강 상태가 안좋아서 일까... 왜 그럴까.. 왜 가족들은 나를 봐주지 않을까.. (동생이 너무 심각했지..)

학점은 바닥, 자기 관리 안 됨.. 나는 adhd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고 동반 질병 우울증이란 걸 철저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난 늘 죽음이 부러웠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큰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 나도 저기 끼이면 좋겠다란 생각.

삶은 그렇게 검은색으로 칠해졌다.

나도 몰랐지. 괜찮은 삶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하는 일은 매너리즘에 빠졌고 돈은 매일 없고 그렇다고 살자니 버겁고 죽자니 뒷감당이 안되는 삶

자멸하는 삶. 늘... 포기하고 싶은 삶. 나는 그 만큼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터질 듯 답답할 때마다 나는 운동화 끈을 겨우 묶고는.. 운동장으로 튄다.

 달리기를 하면 달라질 내 마음을 잠시 기대하며늘 달리기를 했다.

심장이 미칠 것 같이 뛰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을 극복하는 지점을 넘어서면 나는 희열을 느꼈다. 또 뛰고 또 뛰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저승에서 환생하는 느낌이 들어도 약을 먹고 건강주스를 한 모금 들이키면 또 뇌가 살아났다.

매일 아침마다 청소를 했다.

그리고 개같은 직업이 나를 미치게 만드는 느낌이 들 때마다 늘 달렸다.

일을 포기하면 모든 걸 포기하게 될 것 같아서.

일/운동/약 이 세가지는 목숨처럼 나를 이어가게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일하러 가면서 퇴근하면서 그렇게 울고 또 울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밥벌이를 하다는 것은 내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살아났다. 좀 더 나은 인생을 꿈꾸며

비록 adhd , 우울증은 나에게 꼭 붙어 힘들게 하는 것은 자명하나, 나는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 한다.

너무 많은 슬픔이 마음을 태웠지만, 너무 많은 고통이 내 삶을 관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게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내 사명이 아닐까.

내가 힘들었던만큼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나는 또 오늘의 운동화 끈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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