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이후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자원봉사, 정신과 상담, 집에서 뒹굴뒹굴, 친구와 만나서 놀기. 이 일상으로만 살아온지 5달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부모님은 4월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할것이라 경제적인 지원을 일체 해주지 않을 것이니 빨리 아르바이트나 구해서 돈이나 벌라고 매일마다 압박하셔서 마음은 더욱 더 조급해지고 취업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져만 갔다. 집에서 컴퓨터를 만지면 자꾸 게임을 키거나 웹서핑을 하는 등 딴짓을 하게 되어서 집 앞 공공(시립)도서관의 PC로 내가 살고 있는 시(市)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채용공고를 확인하였다. 근데 마침 내 전공인 사회복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시 산하기관에서 청년구직자(청년인턴)을 모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설마 되겠어? 그래도 지원을 아예 안하는 것보단 낫겠지?" 라는 생각으로 인턴을 지원 하였다. 사실 지원한 다른 부수적인 이유도 있긴 하다. 조만간 설 명절인데 원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월요일과 화요일이라 명절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할 상황이었다. 근데 만약 인턴을 합격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면서 명절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안 나가게 되면서 맘 편히 명절에 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TMI: 명절에 쉬지 못했다.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도와 같이 전을 부쳤다) 지원을 하고 난 뒤 3일 후, 내가 지원한 사회복지 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큐링님 번호 맞으신가요? 여기 OO시복지기관인데요~ 서류전형 합격하셔서 면접일정 안내드릴려고 전화드렸어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번에는 꼭 붙어야 한다는 생각과 경기도에서 제공하는 면접수당 5만원이 생겼다는 2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서류 합격 및 면접 소식을 주변 친한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후 면접 학원도 다녀보고 가족들에게 면접 연습 도움도 받아보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면접날 오후에 전화가 왔고 "면접 최종 합격하셔서 전화 드렸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사본 1장 챙겨가지고 오시면 되세요." 라는 통보를 받았다! 물론 *체험형* 청년인턴 이라 6개월 이라는 기간동안만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내 커리어에 큰 경력이 하나 생겼다는 것, 그리고 공백기가 일시정지 되어서 근무 기간동안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것에 너무 기분이 좋다.
이하 내용 부터는 입사 후 지금까지 ADHD로서 힘들었던 이야기와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입사 이후로 첫 직장생활 이다보니 잘 모르는 것이 많아서 서투른 부분도 많았다. 1. 조직도를 외우는 것이 어렵다 조직도의 직원분들 이름과 직책을 외우지 않은 탓에 다른 상사분의 이름을 엉뚱한 다른 상사분께 불렀다가 당황하셔서 팀장님이 조직도를 외우라는 말씀을 나에게 2번 말씀하셨다. 그리고 대리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분께 계속 선생님이라고 불러서 주임님이 "큐링쌤, 저 분께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안되고 대리님이라고 불러야 해요." 라고 하셨었다. 같이 일하는 사회복무요원 분이 나의 행동을 보고 답답하셨는지 회사 내의 조직도를 프린트 해서 주셨다. 입사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조직도와 이름 외우는게 여전히 힘들다 ㅜㅜ....(이상하게 초등학교, 중학교 떄는 반 애들 이름 외우는게 쉬웠는데 고등학교 때부턴 조직 내의 구성원 이름 외우는 것이 정말 어려워졌다) 2. 이곳저곳 쳐다보면서 막 산만해진다 정직원 분들은 바쁜데 정작 나에게는 일을 시키시지 않으셔서 팀장님들께 간절한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니까 팀장님이 나의 직속상사님께 "쟤 자꾸 나 쳐다보니까 일 좀 시켜라" 라고 말씀하셔서 그 때 일을 시키셨는데, 일에 대한 열정이 너무 불타오르는 안좋은 경우가 딱 이 경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 회사가 사회복지기관인 특성상 여초(여자가 많은)현상이 두드러진 곳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센터의 남자직원이 (사무국장 1명+정직원 2명+공익 2명+나 1명)총 6명이다. 하지만 사무국장님은 높으신 분들과 따로 식사하시고 나는 남자 정직원, 공익분들과 함께 식사한다. 아무래도 소수이다 보니까 소수끼리 뭉치게 되는? 그런 현상은 어딜가든 마찬가지인거 같다 ㅜㅜ... 그래도 남자들끼리 뭉칠 수 있고 서로 성격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다행인거 같다. 4. 흥분해서 급발진 하면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한다.(이건 아마 비언어성학습장애 쪽 문제일지도?) 18시 칼퇴 시간이 되자마자 집에 간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같이 퇴근하는 공익분들과 대학생 행정체험연수 하는 분들이 서로 어디 사시냐면서 어느 버스를 타는지 물어보는 상황에 내가 가장 직장에서 가까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린 아이처럼 자랑 하고 싶은 마음에 저는 건너편에서 A번 버스를 타고 10분 이면 집에 가요~ 라고 이야기를 같이 가고 있는 공익, 대학생 선생님 한분한분께 반복해서 말했다. 한번만 말했으면 됐을텐데 집에 갈 때는 도파민이 과다분비 되는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도 회사생활을 하면서 너무 당행스러웠던 점은 드라마 미생처럼 상사가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 갈굼 하는 모습을 전혀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무중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팀장님이 옆 건물의 타 시(市)부서의 공무원 분들을 만나러 갔을 때 자신(팀장님)에게 짜증을 내면서 쌍욕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든 직원이 어이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사무국장님이 첫 날 말씀해주신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게 이런 분위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계약기간은 5개월 여 남았지만 남은 기간이 정말 기대가 된다!! 이 곳에서 회사생활의 기초도 배우고 ADHD로서 특히 조심해야 할 일들을 집중적으로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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