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병원가는 날이 있었다. 선생님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몇가지 질문과 간단한 대화를 항상 해주신다. 나는 자세히 대답하지 않지만 대충 이러저러하다 정도로만 답을 한다. 내 얘기가 너무 길어져 불편한 상황을 만들수도 있을것 같아서 내가 먼저 입을 닫는다. 그정도 대화만으로도 괜찮아 질때가 많다, 순간은
가끔은 내가 결정하기 어렵거나 답답한 질문을 여쭤보는데 이번에 ' 만약 똑같은 고통이라면 괴로움과 슬픔중에 뭘 선택하시겠어요? ' 라고 물었다
괴로움을 택하면 계속 괴로운상태일것이고 슬픔을 택하면 감당할수 없을만큼이라 고통스러움은 둘 다 같다
선생님은 내 질문에 질문을 하신다. 내가 생각하고 선택할수 있도록 해주시나싶다 선생님도 고르진 못하셨다 대신 선택지가 괴로움과 슬픔 두가지만 있다고 말끝을 흐리셨다
나는 자주 내 마음속이나 머리속을 꺼내서 들여다 보거나 뒤집어 탈탈 털어내고 다시 넣고 싶어한다 옷 주머니를 뒤집어 먼지를 털어내는것처럼 뭐가 그렇게 답답하고 억울한지 모르겠다 모호한것도 있지만 너무 많아서이기도 하다 내내 덮어두고 나오지말라고 꽉 눌러두고 꺼내기도 괴로운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잊혀질 일도 아니고 틈틈히 올라와서 나에게 슬픔도 화도 원망도 주고 울컥하게 하며 다양하게 나를 힘들게 한다 자잘한 집안일을 하는중에 나를 멈춰 세워 멍하게 하고 숨이 턱까지 차게 힘든 운동을 하는중에도 눈물이 나게 하기도 하고 티비를 보다가도 큰소리를 내면서 울게 해 진을 빼 놓기도 한다
그나마 약을 먹으면서 다시 덮어둘수도 있게 됐지만
대면해야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것같아 준비를 해야 할 것같다. 그것이 나를 크게,많이 흔들거나 힘들게 하지 않도록 남들처럼, 일반적으로, 대부분 그렇듯이, 정도껏 힘들게하고 괜찮아질수 있도록
말은, 머리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그 순간이 언제 올지 몰라 불안하고 괴로워서 원망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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