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자유롭게 살아왔다. 자고 싶을 때 자고, 힘들이지 않고 대충대충 남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공부 주제든, 어떤 취미든 하나에 꽂히면 주구장창 거기에만 몰두하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뇌가 한정된 정보만 수용할 수 있는 탓에 하나를 알면 나머지 하나를 까먹었고, 그래서 글쓰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내용들을 무작정 써내린 뒤 수정을 거듭하여 글을 완성해갔다. 그러다보니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덕분에 대학 입학은 괜찮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자만해왔다. '아,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아가도 남들과 비슷하게 인생이 흘러가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을 보냈고 자기통제란 것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왔다. 미래는 생각치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길때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숨죽여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대인관계도 소홀히했다. 미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에 꽂혀 몰두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 아무런 간섭 받지 않고 자취방에서 술을 홀짝이면서 글을 쓸 때, 대학 수업시간 내가 관심있는 주제로 글을 써서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 그럴때면 나는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써내려온 글들은 너무나도 형편없었고. 정작 나 자신이 작성한 그 글들이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던 탓에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사유를 한다고 생각했고, 행해왔던 것들이 나를 발전시키지는 않고 오히려 정체시켰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며 ADHD를 진단받고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다. 어느 순간 글쓰는 것이 무의미하고 머리 아픈 일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그 어떤 가치관도 없이 물 흐르듯이 살아갔다.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트렌드에 대해 열띠게 토론할 때 따라가기가 힘들어 집중하지 못하고 나의 무지함에 자괴감을 느껴 귀를 닫아버렸다. 그렇게 살다보니 삶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내 자신이 사라져버린 느낌이었고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또 자꾸만 실수하고 발전없는 모습에 스스로 환멸을 느끼고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렇게 지난 2년 동안 회사를 2번 옮겼고, 마지막 직장도 3개월만에 퇴사했다. 정말 무작정 퇴사했다. 아직은 회사를 다닐 때가 아니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공백기 동안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며 ADHD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내 최종목표는 다시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를 갖는 거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직장생활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게할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목표를 위한 첫 걸음으로 에이앱에 글을 쓴다. 블로그 게시글이라고 하기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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