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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Level 2   조회수 213
2023-08-29 14:56:16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돌아서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언제까지 후회가 현재(present)라는 선물을 갉아먹도록 놔둘 셈인가



 습관처럼 읊조리는 주문이 무색하게, 오늘 하루도 나는 후회로 시작했다.

 비단 오늘 하루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대부분은 후회와 자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늘 후회한다. 그때 더 열심히 할걸, 그때 제대로 했으면 지금 이토록 고생하진 않았을 텐데, 그때 회피하지 말걸, 그때 그 선택을 하지 말걸.... 사실, 후회를 하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또 후회하고 있다. 마치 이미 몸에 배인 습관이 된 것 같다. 후회하는 일 자체가 나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자해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후회를 멈출 수 없다.


 후회, 자책, 우울... 내 안에서 피어난 감정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감정들은 스스로 인력을 가진다. 애써서 밀어내지 않으면 나는 어느새 그 부정적인 감정들 속에 빠져버리고 만다. 나도 모르게 매몰되고 몰두한다. 후회는 의식적으로 밀어내야만 물리칠 수 있다. 나는 소위 '정신 승리'를 통해 후회와 자책과 우울을 밀어낸다. 어제를 망쳤으면 오늘을 더 잘 해내면 된다고 나를 달랜다. 오늘을 망쳤으면 내일 더 잘 해내면 된다고 나를 달랜다. 이번이 있으면 다음도 있고, 다음이 있으면 그 다음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멀리 돌아왔음이 후회될 때, 나는 '돌아서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나를 달랜다. 참을 수 없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올 때, 나는 '과거가 현재를 침범하도록 두지 말자'고 나를 달랜다. 기실 강한 인력에 비해 척력은 아주 약해서, 효과는 미미하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체가 힘에 부친다. 내 식견은 아주 좁아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 것 같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애써 우울을 털어내는 것 같지도 않고, 나와는 달리 금방 일어서는 것만 같다.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친다. 때로는 '왜 나는 이토록 나약하게 태어났을까'하고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나의 정신이 이렇게 약하고 여림을 다시금 깨달을 때면, 나는 천천히 내가 내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을 하나둘씩 떠올려 본다.

 나는 '잘' 살고 싶다. 태어났기 때문에 그럭저럭 남들처럼 사는 거 말고, '잘' 살고 싶다. 부와 명예 따위를 바라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며 살고 싶고, 일을 하면서 보람과 성취를 느끼고 싶다. 나는 장차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있고, adhd와 우울을 이겨낸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창조할 수 있는, '내 삶'이 가질 수 있는 가치. 내 삶의 가치는 오직 나만이 창조할 수 있고 조형할 수 있음을 천천히 떠올리면, 자연스레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힘이 솟는다. 무엇이든 힘을 내고 싶어진다. 


 어쩌면 신은 내게 나약한 육체와 정신을 주심과 동시에 강렬한 욕망과 희망을 주신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내가 부여 받은 것이 나약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강렬한 욕망과 희망이라면. 나는 주저앉은 채 내 나약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내 나약함을 이고 지고 일어나 강렬한 욕망과 희망을 쫓아가야만 한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나 스스로를 탓하는 일보다 쉬운 일은 없어서, 나는 오늘도 습관처럼 나 자신을 책망하고 과거를 후회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나약함을 이고 지고 일어나 나를 달래는데, 한 편 나는 '내가 나를 달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라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음을 뜻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나는 나를 또 한 번 도닥여 준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내 삶의 모양을 빚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지 않은가.




* 힘들 때마다 저 혼자 다시 보려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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