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꿈 봄날 조회수 27 2019-02-11 20:03:10 |
내가 꾸는 꿈은 대부분 쫓기는 꿈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처음보는 어딘가를 헤매기도 하고 뛰긴 뛰는데 두 다리가 원망스러울만큼 무거워서 빨리 도망가고 싶은데 어그적 거리며 달리고 있는게 꿈에서도 답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꿈이구나...하고 안다는데 나는 매번 깨어날때까지 그게 꿈이고 가짜라는 걸 모른채로 무섭고 초조하다. 이런 꿈을 꾸는게 삽십년도 넘은거 같은데 왜 매번 속는건지 모르겠다. 6년전인가부터는 사람들과 있을때도 불안하고 혼자 있을 때도 불안하고 잠들어 꿈을 꿀때도 불안했다.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뭐가 문제 였을까....뭐가 문제 였을까... 계속 생각하다보니 모든게 다 문제인 것 같았다. 난 결함투성이 인간인 것 같았고 더 이상 개선되지도 않을 것 같았고 그런 사실을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 것 같아 무서웠다. 다 날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날 좀먹어 들어가면서 드디어 잠식되어 버렸다. 그런 얘길 내 입으로 말 할 순 없었다. 나아지고 싶어서 무진장 노력했다. 내 노력은 내 입장에서는 엄청난 노력이지만 아마 남들이 보기엔 손가락 하나 긁적거린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그렇게 손가락 하나 긁적거리기에도 무진장 노력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가기를....그래서 내가 나아지기를 매일 바랬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고 용기가 생긴 후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으면 다 나을거라고 했다. 약을 먹었고....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의사는 나아질거라고 자신 했지만 의사의 열성에 고마움을 느껴 네달째 약을 받아 온 후 서랍에 넣어두고 하나도 먹지 않았다. 그동안 체중은 6키로나 늘었지만 치료는 되지 않았고 의사가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했지만 신뢰는 바닥이었다. 그 후 다신 그 병원은 가지 않았다.
일년 반쯤 지나서...유튜브에서 에이에 대한 것을 보았다. ..........이거구나.....하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조회시간에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발로 모래장난을 하다가 옆 반 선생님에게 지적당한 것이 생각났다. 선생님이 가신 후 다시 모래장난을 하다가 다시 걸려서 또 야단을 맞았었다. 난 산만한 아이였다.
약을 먹게 된 후로... 이제 불안하지 않다. 생각해보니 그 이후로 쫓기는 꿈도 꾸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씽크대에 설거지는 쌓여있지만... 오늘 빨래를 한게 어디냐 싶다.
좀 더 일찍 알아서 일찍 치료를 했으면 내 삶은 얼마나 달랐을까... 아쉽다.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이지만..^^
일찍 발견하고 일찍 치료해서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보는 분들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