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타 복용 2일차]달리자. 내일을 향해서. 파이 조회수 39 2018-10-08 22:58:44 |
약을 복용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약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없던 의지가 갑자기 생겨나는게 아니라 의지를 가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약이 나를 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약의 도움을 받아 뛰는 것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려면 뛰어야 한다.
결국 걷느냐 뛰느냐는 순전히 나의 몫이었던 것이다.
약의 효과에 대해 한창 검색할 때 봤던 어떤 분의 복용 후기가 생각난다.
약효는 열심히 뛰고 있었으나 모래주머니가 무거워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사람들에겐 엄청난 도움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모래주머니가 무겁다고 뛰지 않던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모래주머니를 핑계 삼아 뛰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나는 오늘 무얼 했는가.
스트레스는 풀어줘야 한다 면서 처음 보는 만화의 첫화부터 최신화까지 다 봤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머리가 많이 길었으니 이발 해야지! 갔다와서 열심히 공부할거야 해놓고는 1시간 하고 쉬었다.
몸이 아프니까 도수치료 받고 와야겠어! 갔다와서 열심히 공부할거야 해놓고는 30분 하고 쉬었다.
다른 ADHD 분들의 후기가 궁금해서 글들을 읽어보았고 댓글도 열심히 달아줬다.
결국 온종일 한것이라고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고작 2시간 공부한게 끝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약을 복용하자 이전보다 잡념이 사라졌음을 확실히 느꼈고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용서받을 수 없었던 그동안의 어리석은 행동들이 모두 ADHD 때문이었다니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덜 고통스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명확해졌다.슬픔과 좌절로 가득했던 과거는 흘려 보내고 희망으로 가득한 미래를 향해 죽어라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힘들다고 쉴 것인가? 그렇다면 내일은 배로 뛰어야 한다. 그러니까 달리자. 내일을 향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