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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라이터를 집어던지며(feat.아무말 대잔치)
Level 2   조회수 27
2018-09-05 15:07:00
1.

어렸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 바이올린, 동양화, 서예 등등 별 잡것들을 다 배웠지만 그 중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건 피아노였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음) 내 기억으로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었던 나에게 콩쿨 준비는 너무나 즐거워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준비했었던 기억이 난다. (쓸데 없는 말. 모짜르트보다는 베토벤을 좋아했다. 흔히 말하는 졸x 멋있는 광기가 그에게는 있었거든.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귀가 안 들렸다고. 그말에 그를 더 좋아했다) 태권도나 유도 특공무술 -_- 검도도 나름 좋아했는데, 그 내지르고 때려부수는 재미(?)가 피아노라는 건반을 통해 음으로 표현되는, 웅장한 두드림같은? 뭐 그런 남모를 즐거움이자 쾌감이 있었다. 그리고ㅋㅋ 악보를 따로 외운것도 아니였는데 한번 들은다음 잘봐 라는 말을 내뱉고는, 들은 노래를 피아노로 바로 표현한다음 눈을 치켜뜨며 봤냐는 치기어린 눈빛을 보냈던 녀석. 손발이 소멸한다.

2.

인정. 그 두글자를 어렸을때의 나에게로 미세하게 맞추어 들이밀자면, 내가 너의 위에 있다는 무언의 행동과 자주 이어지곤 했다. 애초에 어렸을 때의 나는 굳이 인정욕구를 따로 채우지는 않았기에 그냥 순도99% 건방진 놈. 멘사 회원. 수돗물과 모래 분수 문제 하나를 틀려 놓쳤던 수학경시대회 96점. 그 은상에 분해서 눈물을 줄줄 흘렸던. 수학문제를 내주고 담임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때, 애들보다 너무 빨리 풀어서 시끄럽게 했다고 혼나고, 혼나는데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고 1+1으로 혼났던. 그래도 기는 절대 죽지 않았다. 아예 이런식으로 혼날때 표정은 죄송한 표정으로 맞추어 놓고 딴 생각하던 녀석. (아무말 아무말)

3.

기죽지말자. 절대로 기죽지말자.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줄기차게 밀어왔던, 어렸던 그 녀석에게 무서울 것은 전혀 없었다. 니가 날 밟으면, 나는 더 세게 밟아준다는 오만하기 짝이없던 그 녀석을, 비록 어느 순간 삶이 도려내지기 전까지 살았던 그 녀석, 지금 나에게는 그 녀석이 필요하다 . 내 잘못이 아니다. 책임회피가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담배? 끊는다. 마포대교에 라이터를 던지고. 담배피던 내 습관을 자살 시켰다. 라고 믿는다. 그리고 3년안에도 이런 삶을 계속살면, 계속 살고 있다면, 그 다음은 내 차례 일것이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저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터뜨리는 핏덩이처럼, 붉은 노을이 내 몸을 감싸는 이 순간, 내 가슴속에 나는 다시 태어난다고. 아무말. 아무말. 그리고 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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