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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Level 2   조회수 75
2022-11-03 12:51:02

나는 이제 반년 차 신출내기 심리치료사다.

아이들이랑 놀고 그림그린다. 


새로 맡게 된 8살 여자아이

어머니께서 ADHD면 어쩌나 꽤 걱정을 하셨다.

나는 그 아이에게서 내가 많이 보였다. 


역전이는 위험하다지만

이 친구가 진단을 받을 때 나도 많이 흔들렸고,

어머니께서 이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적잖이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병원을 가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4차원, 또라이, 독특해

나를 지칭하는 말들

나는 그냥 말을 하고 움직이는데 눈에 틘다고 하는

피드백들이 너무 부끄러웠다.


산만해, 그만, 딴짓하지마.

내 친구들은 항상 나를 챙기는 큰 아이들이었다.

내 숙제를 챙기고, 

집에 가는 걸 미적거리는 나를 챙겨 집으로 보냈다.


대학생 때 내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이

“ㅁㅁ이는 글쓴이를 잘 다루네.”

다 커도 다뤄져야하는 사람, 챙겨줘야하는 사람


또?

늘 잊고 늦는 나에게 사람들의 기대는 바닥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니까 맘 편히 와”

사람들의 기대가 바닥인 사람


나는 나에게 항상 부끄러운 사람이었다.


“선생님! 안되는게 당연한 아이인 걸 알게 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요.”


“약 처방받고, 선생님이랑 계속 치료하니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아이가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과정을 보면서

나도.. 뭐든 해볼까 용기가 났다.


내가 공부를 시작할 때만하도 ADHD가 반사회성인격장애, 품행장애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자연히 나아진 거라고 받아들였었다. 나도 어릴 때 있었을 수 있겠다. 그래서 지금도 조금 그런 경향이 남아있는 거겠지 생각하고 넘어갔다.


이번에 병원들을 알아보며 성인ADHD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많은 커뮤니티와 정보들을 알아보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던

많은 “나”들을 보게 되었다. 이 사람들의 과정도 보면서…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는 대로 사는 것에서 이제 적극적으로 방향을 찾는 기대가 올라온다.


오늘, 11/3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인터넷에 누가 이런 글을 썼다.

자기 의사 선생님이 처음에 저용량으로 만족하는 본인에게

“영하 20도에 있다가 0도로 올라오면 따뜻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사람이 살기 좋은 온도는 영상 20도이다.”

약물로 0도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제 영상 20도로 더 올라가자고.


가자, 살기 좋은 삶으로, 기대가 마구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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