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친구들은 날 괴짜같다고 얘기했었다. 우리엄마는 내가 아빠를 닮아서 엉뚱한데서 화를 내고 하는 말들이 사람들을 화나게끔 한다고 얘기했다. 물론 어린 마음에 재밌어 보이려는 나의 장난스러운 행동도 없잖아 있었지만, 난 그저 일상의 대화를 했을 뿐인데 내 발언으로 인해 화를 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서도 난 사람들의 이유없는 배제와 불합리한 태도 때문에 공개 석상에서 화를 낸 적도 있다.(@의 편협한 생각일수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충분히 열받을만한 일이 있었다.) 뭐 이런 사소한 관계의 틀어짐 때문인지 4명 이상이 모이는 모임은 가기 싫어지고 가서도 불안했다. 난 분명 말실수를 할게 뻔하니까. 혼자 있으면재충전되는 난 전형적인 내향형 인간이었다.(그건 지금도 그렇다.) 물건 잃어버리는 것은 예사고, 스케줄러에 적어놓지 않는 일정은 잊어버리는 게 당연한 거였다. 지시사항 중 한두개를 빼먹고 간단한 데이터 수치를 틀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난 빠른 사람이었지만 정확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당연하게 나의 성품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확함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더 매사에 자신없어졌다. 슬프게도 학교 성적은 좋았고 진학도 수월하게 했다. 자리를 우직하게 지키는 일도 잘 했다.(무거웠으니까...) 체육 수업은 너무 힘들었다. 공이 오는 방향이 보이는데, 내 몸은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 왜 자꾸 엇나가는지 몰랐다. 그 당시에 @는 학습장애 및 품행장애를 동반하는 정신나간 남자애들의 병이었다. 난 전혀 해당이 없는 줄 알았다. 상기한 사무실에서의 여러 트러블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고, 고립된 5년간의 생활로 미친듯이 체중이 늘었다. 원래도 주변 바스락 소리에 예민해서 잠을 못잤었는데, 이젠 귀마개 없이는 잠들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잠들기 어려워져서 수면유도제와 멜라토닌으로 겨우 토막잠에 드는게 전부였다. 그 지옥같던 근무지에서 벗어나 고향에 돌아와서도 난 회복할 수 없었다. 위층 까칠한 이웃에게 난 왜 그리 예민했는지 모르겠다. 별것도 아닌 일에 민원을 걸었다. 재밌는 것을 보다가도 콩콩 소리에 날이 섰다. 심지어 들리지도 않는 윗집 소음 때문에 잠을 못자게 됐다. 이젠 수면유도제고 멜라토닌이고 먹히지 않았다. 결국 처음으로 정신과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잠도 못자는데 그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으니까. 당연히 수면장애 진단을 받고 클로나제팜을 받아 왔다. 난 무던한 사람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예민했기 때문에 낮에도 졸지 않고 편안히 일할 수있었다. 클로나제팜 한 알로 가끔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어서 쿠에타핀과 트라조돈도 처방받았다. 잘 잤다. 평생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들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점점 의존이 늘어나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임신테스트기에 두줄이 떴다. 갑작스럽게 모든 투약을 중단했다. 아마도 호르몬의 변화와 단약의 여파 때문일거 같은데, 자살충동이 일었다. 아이를 지울수는 없으니 그냥 내 삶을 끝내고 싶었다. 겨우 치료가 먹히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가벗겨져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담당의에게 약을 처방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학병원에 부탁해보라는 말과 함께 진료의뢰서가 나왔다. 뱃속의 아이의 안위 따윈 머릿속에 없었다. 내가 미쳐 죽게 생겼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