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에는 워낙 까불어서 별명이 까불이였던 나 수업시간만 되면 잠이 쏟아지고 멍 떄리던 나날들 특히 수학시간에는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뒤돌아보면 이해가 안되던 날들 시험이 코 앞이라 책을 펴도 10분만에 딴 짓하던 나
언제나 충동적으로 새로운 이벤트를 열어서 돈만 왕창 쓰던 나 항상 엉망진창 청소를 안하고 살아서 잔소리 듣던 나날들 충동적으로 연인을 사귀고 후회하고 반복하던 날들
동기들 다 취업하고 각자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데 나만 붕떠서 앞으로도 옆으로도 가지못하고 정체되어 스스로 한심하다고 여기던 날들
앑콜 중독으로 매번 가족들을 힘들게 하시던 아버지 도박중독으로 개인회생 중인 첫째 형
이제는 다 이해가 간다.
우리 아버지의 ADHD가 형과 나에게 유전이 되었구나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나도 결국은 따라가는구나
그래도 내가 왜 이런건지 나의 게으름이 나의 나태함이 문제가 아니였음에 안도감과 동시에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나서 이런 고생을 해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너는 못하냐며 손가락질에 속수무책이던 나는 이제는 안다. 나의 뇌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치료를 하면된다라고 마음을 다잡지만
더 빨리 알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 아버지나 형도 망가지지 않으셨을텐데
솔직히 말해서 @가 아니길 빌었다. 그저 내가 게으른거라고 유전이 아니라 내가 게을러서 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일들로 내가 휘둘리는건 너무 비참하고 답답했다.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서서히 알게되는건 내가 이유없이 불안하고 고민하던게 남들은 그냥 평온한 일상일것이라는 충격
아직 처방 초기라 드라마틱한 효과를 체감하고 있진 못하지만 @판정을 받은 후 바로 계획표를 짜고 학원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내가 천성을 바꿀 수 없다면 결국 내가 보완해나가야 한다. 나는 유전자가 틀려먹었어라고 낙담한다면 세상은 조금도 아름다워지지않는다. 처절하게 내 운명과 싸우면서 @도 할 수 있다 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20대 후반에 나를 더 알아가는 가을이 쌀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