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을 끊기로 했다.
약을 먹은지 5년차에 끊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울감도 많이 줄었고 회사 생활도 얼추 적응한 것 같고 기분도 괜찮고.. 그래서 끊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지 얼마 안 되어 막내가 사고를 쳤다고 엄마가 전화했다. 그 소식을 듣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무 일 없는데 눈물이 줄줄 흐른건 진짜 오랜만이었다. 처음 우울로 병원갔을때처럼 울었다.
울면서, 아 이거 병원가야할것 같은데.. 싶었다. 그와 동시에 가고싶지 않은 마음이 상존했다. 아니 내가 어떻게 감량한건데! 일단 버텨보기로 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지나면 괜찮지 않을까? 놀랍게도 금요일엔 꽤 차분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이 그땐 남아있어 그랬던 것 같지만..
이번 주말, 본가에 가서 아무렇지도 않은것마냥 굴었다.
'둘째 수능 앞뒀으니 괜히 막내 얘기해서 심란하게 하지 말자'
엄마랑 약속을 했기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막내랑도 대화했다. 양심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막내를 보니 속이 뒤틀렸다.
7월 30일 저녁 얼마 안 남은 약을 먹는 걸 까먹었고, 남은 약도 얼마 없겠다 그때부터 안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출근을 했는데 머리가 멍했다. 꼭 잠에서 덜 깬듯한 느낌이었다. 콘서타를 먹었음에도 오전 내내 졸렸고, 오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눈물이 날것같았다.
반차를 쓰고 병원에 갔다. 평소보다 긴 상담끝에 결국 다시 먹기로 결론이 났다. 아빌리파이도 추가되었고.. 몇달에 걸쳐 감량한 용량으로 되돌아갔다.
의사쌤은 당분간 막내를 보지 않는걸 권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최소한 올해까지는 안 보고 싶다.
--------‐---------- 글을 써놓고 보니 뭔 글인가 싶다. 이것은 근황인가 반면교사를 위한 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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