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 복용을 망설이는 데에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한 몫 할 것입니다. 특히 ADHD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부작용 걱정으로 정신과 방문과 약 처방을 망설이기도 한다는 것 같더라고요. 식욕, 성욕 저하, 불안 증세 등등 콘서타 부작용은 이 커뮤니티 사람들이라면 많이들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콘서타 복용 4개월 차인 나도 왠만한 콘서타 부작용은 다 경험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최근 정말 예상치도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바로 '경련'이다.
본과 개강은 미칠듯 많은 수업량, 공부량의 시작이었다. 2시간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8시간 가까이 독학이 필요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시간표 사이에 공부를 틈틈이 하여야 했고, 개강 후 첫 시험 때는 12시간 간격으로 콘서타를 2번 먹으며 밤을 새는 노력을 들였다. 그러니 몸이 말썽이었다. 지친 일상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우면 늘 측두엽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 부족한 뇌 용량에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집어 넣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수면 부족은 덤이었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침대 위에서 연달아 10번 가량의 경련이 일어났고 근 4일간 지속되었다. 경련 시작 3-4일 째 되는 날에는 계속되는 발작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호흡 명상으로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 시켜주면 발작이 잠잠해졌지만 계속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라 책이라고 읽으려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전과 달리 침대 위가 아닌 데에도 발작이 이어진다. 갑자기 오른쪽 다리 무릎을 망치가 강타한 듯 오른발이 막 들리고 한 쪽 팔이 의지에 상관 없이 쑥 꺼져버린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간질의 일환인 것 같다. 그림에서처럼 쓰러져 거품을 물 정도는 아니지만 (나무위키 설명을 참고하자면) 단순 부분 발작 정도는 되는 듯하다. 교감 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되어 측두엽에서 뇌파가 강하게 발생하며 몸의 일부에 강한 자극이 가는 것이다.

콘서타의 부작용 중 하나가 틱의 악화와 경련 발생 역치 저하이다. 평소 나에게는 문제될 것 없는 부작용이었으나, 현재의 두뇌에 지나치게 무리한 공부를 해 생긴 일이다.

식품 의약품 안전처 설명에 의하면 발작이 있을 경우, 바로 약 투어를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콘서타 복용 중단은 곧 공부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 본과 생활 와중에 콘서타 복용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었다. 하지만 4일 동안 계속 심해진 발작 증세에 겁 먹어, 콘서타 복용을 이틀 가량 중단했다. 다행히도 콘서타를 중단하니 발작 증세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계속 잠만 자고 피피티 복습할 시간에 계속 유튜브만 보고, 1시간도 부족한 판에 9시간 가까이 자는 게으름을 피웠다. 약 복용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 요인은 공부 공포가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더 머리를 쓰면 발작 증세가 어떻게 악화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공부를 회피하게 한다. 본과 생활 때문에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으니 이번 기회에 잘 쉬었다고 위로해본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 아닌가. 이틀 정도 약을 쉬었다. 토요일은 어떻게든 공부해야 겠다 싶어서 콘서타를 복용했다. 다행히 발작 증세는 나타나지 않는다. 수면 부족도 발작 증세 발현의 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열심히 살려고 했을 뿐인데 몸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콘서타를 통해 자기 절제와 통제력을 획득한 상태에서의 본과 삶이 몸은 힘들어도 감정적으로는 더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이상이 나타나 당혹스럽기만 했다. 너무 열심히 공부한 것이 그 이유라는 점도 참 우울하게 했다.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면 늘 이런 식인건가... 현재의 나보다 더 나아지고자 노력하는 모든 순간 좌절과 실패를 맛 본 20여 년의 경험이 다시 올라온다. 하지만 이 정도 돌부리 없으면 여행길이 무슨 재미있겠는가. 스스로 마음을 달래본다.
약 복용은 끊임없는 나와의 대화이고, 피드백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발작의 원인이 콘서타 때문이 아닌 단순히 과도한 공부량이라 짚었다면 오늘 온전히 공부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ADHD 치료 과정에서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지레 겁먹어 약 복용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내 경우는 콘서타 복용 중 단 며칠만 나타난 희귀한 부작용이다. 잠시 약 복용 중단하고 몸 돌보면 금방 사라진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약을 먹으며 내 삶을 개선하는 게 약 없이 무기력하고 의미 없게 사는 것보다 백 배 천 배는 낫다. 작은 문제가 무서워서 큰 기회를 놓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