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난 산만한 건 아니었지만 소심하고 자기 주장을 잘 못하는
그저 조용한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리 원만하지 못했고, 남들과 다르게
이해가 느렸다.
머릿속은 바다를 헤엄치는 듯한 답답함이 일었다.
생각이 전환되는 속도는 2G폰의 데이터를 쓰는 듯 했다.
무시도 참 많이 당했다.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친구들 사이에서 배척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난 별로 특별한 기억을 얻지 못한 채 학창시절을 보냈고,
특별함 없이 대학을 입학하고
특별함 없이 군입대를 하고 전역을 했다.
주변인들은 내게 항상 말했다.
'넌 노력이 부족해.'
'넌 왜 자꾸 다른 생각을 하니?'
'너가 열심히 하면 달라질텐데 너가 열심히 안하는거야'
모든 것을 노력, 노력, 노력으로만 나를 바라봤다.
우리 부모 조차도 나를 노력부족으로 매도했고,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달라지지 않는 내 모습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군전역 후 우연히 ADHD 관련 글을 보았다.
완전한 내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만함이 난 크지 않았지만 공상을 많이 하며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은
마치 나를 지칭하는 듯했다.
잠깐은 기분이 좋았다. 의사는 내게 ADHD라는 진단명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거의 100% @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콘서타를 처방받고 복용을 시작했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 때 당시는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약을 먹으면 ADHD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 때 부터 시작이었다.
어떤 약을 복용해도 내게는 듣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집중이 되긴 되는 건가 라는 느낌조차 느낄 수 없었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라기엔 잔 실수는 아직도 많았다.
아르바이트 가는 곳 마다 족족 실수를 하니 나는 손님이 별로 없는 곳에서
항상 적은 급여를 받고 일했다.
그 일 조차에서도 실수를 하니, 나는 계속해서 주눅이 들며 자존감은 곤두박질 쳤다.
어찌보면 @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을까?
그로 부터 약 2년간 나는 깊은 우울증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상으로 부터 완벽하게 분리되어, 나 혼자만 지구 밖에 내동댕이 쳐진 느낌이었다.
모든 사람은 쉽게 하는 것, 그것만큼 내게 어려운 게 없었다.
'나는 하는데 너는 왜 못해? 너가 노력이 부족한 탓이야!'
나를 정신병 걸리게 하는 말이었다.
나도 해볼 만큼 해봤다. 악도 써봤다.
그런데 난 항상 수준 미달이었다.
그 후 3년간의 방황 끝에 찾은 정신과는 내게 학습장애를 진단 내렸다.
Adhd가 없다는 건 아니었다.
@의 특성을 갖고 있는 학습장애였다.
진짜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만으로도 벅찬데 또 뭐라고?
남들보다 운동신경이 과도하게 떨어지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이해력이 남들보다 부진하여 학습장애라고 한단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나는 유달리 이해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이해력이 느려도 20번 정도에 이해하는 애들이 있다면
나는 거의 100번은 들어야 이해를 하는 정도였고
잘 하는 운동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남들 처음 배울 때 똑같이 따라해도
나는 항상 꼴지에, 그것도 완주조차 못했다.
그리고 사회성이 너무 떨어져서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기본 눈치 조차 없어
이건 운이 좋게도 인간관계를 잘하는 친구가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이 말을 하면 왜 기분이 나쁜지 나는 이해가 안되었다.
그래서 그냥 친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해를 안게 아니라 그냥 외워버렸다.
이 또한 전두엽 부분에 문제가 있어 일어나는 문제라고 했다.
살다보니 @든 학습장애든 간에 체념하게 되었다.
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일에 흥미가 사라졌고 이제 어떤 의사를 만나도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
점점 주변 사람들은 멀어져 갔고, 나의 자존감은 더 떨어져 갔고
나이는 점차 먹어갔고,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운동을 시작했다.
명상도 시작했다.
기대감을 가지고 한 건 아니었다.
지나친 스트레스로 얻은 비만 몸매와 그리고 스트레스성 탈모.
아깝게 흘러가는 시간 등 여러가지 문제로 결심했다.
그리고 작은 희망도 한 번 가져봤다.
의학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으니 언젠가는,
@도, 학습장애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거라고.
설령 내가 죽기전에 안 나온다고 해도,
지금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자.
자빠지고 엎어져도 털고 일어나자.
타인보다 훨씬 더 많이 엎어질 테지만, 그럴 때 마다 더욱 더 덤덤해지자.
지속적인 자기암시를 하니, 미약하더라도 조금씩 변했다.
생각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꿔본다.
나는 전두엽 기능이 남들보다 훨씬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발전하려는 마음이 있다.
내가 성공하면 @들과 학습장애로 고통받는 분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 많은 @들에게, 학습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위한
센터를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려면 내가 성공하고 유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어찌보면 제 2의 인생을 지금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말 많은 고난과 역경이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겠지만
한 번 크게 엎어졌던 날을 기억하며 헤치고 나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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