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신병자라고 땅땅 진단받는게 뭐 그리 기쁜일이겠냐만은 한가지 좋은 것은 ' 나 열심히 산거 맞아' 라는 말에 조금 더 긍정할 수 있게 된 것.
나는 내가 열심히 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나 좋은 대학 가고 나 좋은 직장 가지자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자꾸만 삑사리가 나고 집중하지 못하고, 딴길로 새는 것들이 내 간절함의 부족이고 내 절실함의 결핍이라 팔자 늘어진 놈의 한심한 하소연 쯤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이 늘 내 아킬레스건이었던거 같다. 내가 성취해낸 것들이 좀.. 부끄러웠고.. 어쩌다 조금 운빨이 좀 따라줬던 거 같고.. 왠지 모르게 정당한 거 같지가 않았다. 왜? 제대로 치열하게 붙어 얻어낸 것들이 아니라서.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같은 시험을 준비하고 같은 목표를 준비하더라도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리그가 있다. 내 리그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규칙이 있었던거 같고..어찌됐든 나는 그것에 맞춰 최선을 다했던 것이 맞다. 나는 나를 좀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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