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각한 악필이다. 언젠가부터 글씨가 온전한 형태와 스타일없이 말그대로 휘갈겨 내뱉듯이 써진다. 굳이 변명하자면 손 근육이 약한것인가 정확히는 쓰고싶은 빠른 속도에 비해 손이 안따라주니 그냥 대충 쓰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말도 엄청 빠른데 이것역시 내 머리에서 생각나는 걸 한 템포 쉬어가는 걸 못견디고 그냥 아주 편하게 거의 흘려내듯이 말하느라 말이 엄청 빨라지는 것이다. 뭔가 힘을 주고 강조를 하고 눌러주어야 하는, 텀을 두어야하는 부분이 없이 그냥 질질 흘러나오는 말.
나는 내 말이 이렇게 빠른 지 실수로 녹음된 내 통화 말소리를 듣기전까지 몰랐다...심각한 수준이었다
약을 먹고 좋아진 점 중의 하나가 그 못참겠는 초조함 그리고 수반되는 짜증이 줄어들면서 글씨를 성의있게 정확하게 비교적 또박또박 쓰게 된 것이다. 말도 좀 천천히 또박또박 하려고 의식 중이다.
말과 글 뿐만아니라 내 생활의 전반의 어지러움을 야기한 근본이 바로 이런 성의없는 태도와 마인드셋이 아니었나, 싶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도, 방이 어지러워 물건으로 답답한 지옥이 되는 것도 세금과 공과금 납부 처리가 지옥이 되는 것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시간과 관심을 들여서 그 못참겠는 초조함을 견디는 성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인생 자체를 성의없이 살아온 것이 아닌가.
조금만 더 천천히 작은 노력을 조금씩 더 기울이는 데 힘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