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손에 거스러미를 떼었다가, 피가 난 적이 있어요. 겁이 나서 손가락을 쥐고 잠들어버렸는데 일어나니 상처가 나아 있더라고요. 그 이후로 자꾸 그걸 확인하고 싶은 사람처럼 손톱 옆 살을 뜯었어요. 그래, 그게 아직까지 20대 중반이 되도록 이어졌네요. 발바닥 굳은살, 중지에 연필잡느라 생긴 굳은 살까지.
Adhd를 진단받고 상담 선생님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가 나도 뜯어대고 무의식중에도 손을 멈추지 못한다고, 현장을 들켜도 창피하고 손도 발바닥도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어요. 상담 선생님은 그걸 자극 추구 행동이라고 한대요. 부끄러운 건 둘째치고 그런 행동은 아프니까 멈춰야 한다도 말하셨어요. 아파서 멈춰야 한다니, 완전 넌센스 아닌가.
그러겠다고 하고 4개월 쯤 지났나봐요. 콘서타를 먹으며 노력해봐도 자꾸, 아직도 그 행동을 멈추지 못해요. 발바닥, 손가락 속살이 보여도.
그렇지만 이제 콘서타에 적응하고 불안약까지 먹으니까 오늘부터 여기 가끔 글을 쓰면서 그걸 고쳐보려구요. 다 나아도 굳은살처럼 되겠지만, 흔적이 남겠지만... 누가 여기 왜그러냐 하면 핑계를 대느라 얼굴이 빨개지겠지만... 더 이상 나를 미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는 있겠죠.
여러분, 힘겨우시겠지만요. 맞는 약을 찾으면, 약효가 나기 시작하면,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나도 하게 돼요. 성격 탓, 내 능력 부족 탓 하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거 구경하던 거, 부러워 하던 거 있잖아요. 그런 걸 할 여력이 생겨요. 그래서 더 힘들 때도 있지만, 우울과 불안에 나를 맡기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러지 말아요, 우리. 그 다음은 분명 있답니다. 그 다음은 분명 있어요. 그러니 스스로를 아끼고, 치유해주세요. 상담은 비싸서 어려워도 병원에 가고,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공부해요.
adhd집단이 실수투성이 별난 집단이 아니라, 창의력 만땅 집단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