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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상처 줘서 미안해요!!
Level 2   조회수 229
2021-04-16 23:26:12

저는 참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왔어요.

그냥 그 자체만으로 참 사람 좋고 능력도 출충했던 사람들.

그리고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좋아해주고, 믿어주고, 함께해주는 사람들.




대학을 남들보다 늦게 들어갔어요.

그런데, 음.. 모르겠어요.


원래 아빠를 닮은 성격이 거칠고 모난 구석이 있어서인지.

아니면..혼자 3년을 살았거든요?



남들 가장 꽃 같은 나이일 때.

수능 막 끝나고 서로 친구들 사귀며 하하호호-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사람 사귀고 만나고 할 그럴 나이때.


3년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세달에 한번, 고향 친구 가끔 만나는 거 말고는 하루 종일 말도 하지 않는 삶을 살았더니

사람을 사귀고 대하고 배려하는 법을, 원래도 잘 몰랐는데 아예 잊었나봐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딱히 외롭지도 않았고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있는게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외로움에 풍덩 빠져서

거기가 외로움인지 몰랐나봐요.



남들보다 늦게 처음 들어간 대학생 때.

왜인지 모르겠는데 자신감이 넘쳤어요.


지금 생각하면 '자신감' 이죠.

오만함 섞인, 방어기제가 섞인.

근거 없이 나는 잘났다! 


처음엔 다들 겸손한 와중에 이런저런 주목도 받다가

결국 뭐 그렇죠. 재수 없고 무례한 사람으로 보여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게 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그때 많이 덜컹했어요!

그래서 많이 서성거렸네요. 예전처럼.


잠 못 이루는 새벽에 혼자서 그냥 마구마구 걸었던 것 같아요.

태어나 처음 와보는 낯선 동네, 우리 대학 캠퍼스를.



그래, 여긴 어차피 내 세상이 아니다. 들어갔던 단체.

거기서도 참 잘 나갔어요. 서울대, 의대, SKY 학생들 가득한 곳에서.



근데 그..있잖아요. '자존' 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존심이든, 자존감이든, 스스로 내가 존재한다하는 그런 느낌!


그게 없었나봐요.

늘상 어둠 속에서 살았고 말 없이 살았고

나를 알아봐주고 나와 대화해주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가?


아니면 모르겠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못 받았을까요.

아주 어릴 때, 로봇을 조립해서 칭찬을 받고 싶었던 아빠에게 별 거 아니라는 말을 들어서였을까요.

사실 이것도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엄마는 모르게 말 해야겠네요. 또 미안해할까봐.


어둠 속에서 찾을 수 없었던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그렇게 해서라도 찾고 싶었나봐요.


사람들, 조금만 실수하거나 못한 점 보이면

찾아서 끄집어내고! 그러곤 나는 봐봐 이렇게 잘한다!!


남들보다 눈곱만큼 뛰어난 점 있으면,

에이 봐봐 나는 이렇게 잘났다! 


다른 사람들 깎아 내리고, 못한 점들 하나하나 찾아내면서

그렇게라도 나를 부각시키면서, 어둠 속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던

내 존재를 그렇게라도 세상에 알리고 싶었나봐요.


어둠 속에서 찾지 못했던 나라는 사람을

그렇게 소리 뻥뻥 쳐가면서라도 여기 나 살아있다고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고

그렇게 울부짖었나 봐요. 


그 울부 짖는 소리 근데.

참 듣기 싫죠. 그래서 사람들이 멀어졌나봐요.



나보다 잘나고, 나보다 착하고

무엇보다 나를 믿고 좋아해주고 따라줬던 동생들이었는데

함께 일하면서 상처만 많이 줬네요.


그러면서 내가 행복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뿌듯해하고 만족하던 것도 아니고.

늘 서성거렸어요. 새벽녘,

일을 끝내고, 너무 피곤한데 심장이 두근거려 잠에 들지 못할 때.


불 꺼진 방 안에 혼자 있다가

두근거림. 견디지 못해서 매일 새벽을 서성거렸네요.



나를 좋아해 준 사람도 많았는데,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먼저 다가와 줬던 사람들도

막상 가까워 졌더니 세상에!


까마득------하게 보이지도 않는 절벽에

알고 보니 뭐 이렇게 약하고 어두운 사람이 다 있나! 하며

푹-꺼져 버리는 공갈빵 같은 내 모습에 많이 실망하고 떠나기도 했었죠.



그래서 그때도 또 서성거리고,

스스로를 늘상 비극의 주인공처럼 늪으로 늪으로---- 끌어들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제 대학 생활을 날아갔네요.

대학 생활의 풋풋함이니 동아리 생활, 미팅 뭐 그런건 전혀 없었고,

죽어라 일만 하다가. 좋은 경험을 했다. 멋있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능력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나는 참 멋있게 살았다. 나를 좋아해주고, 믿어 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었다. 실망만 시켰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멋있어 보이고 싶었고, 내 허약함과 어둠을 가리고 싶지만 결국 실패했다.


마침표.





아 맞다 그리고 있잖아요.

사귀었던 사람 중에서도 저를 많이 좋아해준 사람이 있었어요.


음..근데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생각하면 해준 게 없는데.

물론 그 사람도 제가 일방적으로 잘못만 하진 않았고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 500일 가까이 사귀었겠죠?!


그때 태어나서 처음 느꼈어요.


세상에 이렇게 내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구나.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한명이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이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완전 찢겨져 추락하진 않았을까.

그런데 이 사람이 내 마음이 닿을 수 있는 바닥, 그보다 더 아래에서 내 마음을 받혀주고 있구나.


저보다 한참 어렸거든요?

처음 사귀었을 때 스무살 그리고 헤어질 때 스물 한 살.

그 어린 아이가 제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저를 좋아해주고 제게 힘이 되어주었을까요.


어,..지금은 헤어진 지 좀 됐는데,

그래도 기억이 나는게 있어요!

미안한 것들.


내가 상처 받고 내가 서운하고 내가 화난거 이런거 말고,

같이 행복하고 어디를 갔고 사랑에 빠졌던 그런 아름다운 순간 말고.

그런건 시간이 지나서 다 날아간 것 같아요.


근데 안 지워지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짙어지는게..


미안한 순간들 있잖아요.


그..

상처 주고, 나 때문에 나 몰래 많이 울었을 것 같은. 내가 뭐라고 밤에 잠 못들게 했을 것 같은.

그런 미안한 일들. 그런 일들은 안 잊혀지네요.

기억이 생생하다기보다, 감정이 생생해서 눈물이 나요.


참 가식적인게 그땐 이정도로 미안해 하지 않았는데.


ㅎㅎㅎㅎ

그냥 그렇다구요.


그 아이가 많이 하던 말이네요.

서운했던 것들, 조심스럽게 얘기 꺼내다가

그냥 그렇다구요. 하면서 더 요구하지도, 더 바라지도, 더 조르지도, 더 짜증내지도 않고.



어..그래서 그렇게 그 아이를 보내줬어요.

사실 제가 그렇게 많이 그 아이를 사랑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보내주고..많이 생각나고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참 벌을 받는 건지,

아니면 나는 원래 부족한 사람이라 원래 그럴 운명이었던 건지.

아니면 사람들 사실 대부분 그런데, 유독 화려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아픔을 받는 건지.


사람들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참 허전해요.

스쳐간 사람들은 많은데,

그냥 스쳐간 것도 아니고 나를 좋아해주고 멋있게 생각해주고 믿어준 사람 참 많은데


껍질을 벗긴 나라는 사람의 실체는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사람들 많이 떠나 보내고 실망 시켰구나-. 하는 생각에 참 괴로워요.



세상은 혼자 사는 거라며,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남들이 나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건 내 마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평상시 하는 말들 들어보면,

참 멘탈 완전 튼튼하고 무인도에 떨어져도 강철같이 살아 남을

그런 심지가 굳은 사람처럼 들리는데요.


이거 왠 걸? 오늘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라고 짐작했던 사람이

아주 약간 티를 냈을 뿐인데 이렇게 동요하고 무너지네요.


세상 강한 척은 자기가 다 하고 살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척 하더니.



물론 저는 회복이 정말 빠른 사람이라

내일, 늦어도 모레 즈음 되면 또 신경 안쓰고

잘 살아 가겠지만요.



뭐, 이게 강한거겠죠. 저 스스로가 나약한 친구에게 해준 말이기도 하고.

정말 강한 사람은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

빠르게 받아들이고 다시 빠르게 중심을 찾는 사람이라고.



오히려 이런 일이 생기면 이렇게, 

겸손해지고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더불어 지나간 사람들, 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다시금 되새기면서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고.

다시 아로새기곤 해요.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참 많이 바뀌었네요.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좋은 사람들 좋은 줄 모르고 많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아서.


판단하던 마음에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타인의 감정따위 신경 쓰지 않던 마음에서 이제는 진심으로 위해주고 위로해주고

3분 이상 남의 말 듣지도 않았는데,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끄덕끄덕 들어주는 것도 잘하네요.



조금 더 내가 미리 배워 와서

내게 따뜻함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많이 생각하게 하는 날이네요.


더불어, 지금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과연 그리 하고 있을까-. 



그냥 이렇게 가끔 생각날 때면


그저 감사합니다. 지나간 사람들.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 있어서. 그리고 미안해요.

우리 다시 만나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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