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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9
Level 3   조회수 91
2021-04-09 19:35:16

1.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서서+한 팔로 노트북을 잡은 채+일하고 있는 분을 보았다. 저 조합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급하거나 엄청 중요하다거나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괜히 짠해진다.


2. 집 앞 화장품 매장은 몇 달 전부터 지점 단독 할인행사가 잦아졌다. 본사에서 내려온 제품은 아닌 것 같고 가게 입구에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비치해놓고 판다. 언젠가 ‘얼마 이상 구매 시 마스크 1BOX 증정’이라는 안내 문구도 커다랗게 걸어놨더라.
매번 지나갈 때마다 매장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가게 홍보하는 내레이터 모델분이 한 명 늘었다.
나도 당신도 그렇겠지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아서 벽에다 이야기하는 기분일 텐데 정말 밝고 열심히 일하신다.


.3. 오늘은 지점 단독으로 전 품목 세일하는 날이라고 한다.

내가 즐겨 찾는 브랜드는 아니어서 그저 ‘요즘 많이 힘든가 보다.’ 하고 지나갔다. ​3만 원 이상 구매 시 우산 증정이라고 한다. ​ 
예전에 잃어버린 우산이 생각났다. 좋아하는 팀의 굿즈인데 튼튼하고 품질도 좋았다. 우산 상하는 게 싫어서 아껴 쓰느라 좋은 날만 골라서 들고나가던, 이제는 다시 구할 수 없는 내 장우산.
다시 뒤돌아 매장으로 향했다. 증정품도 장우산이고 품질도 굿즈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
집에 화장품 슬슬 떨어져가는 게 뭐가 있었더라- 생각하면서 매장을 찬찬히 살폈다.
50% 할인하는 제품들만 골라 3만 원을 채웠다. 화장품 가게 할인되는 카드를 지금 갖고 있었던가? 가방을 뒤적였다.
아, 있다. 계산을 하고 매장을 나왔다.
필요한 소비였다 VS 계획에 없던 소비였다
두 마음이 부딪힌다.

4. 사실은 3번만 쓰자고 적기 시작했던 일기다.
’할인 많이 하는 곳에서 3만 원 채우고 우산 받아왔다’는 이야길 하고 싶어졌을 뿐인데 쓸데없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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