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것을 기웃대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 하나에 끈질기게 집중하지 못하고 발만 담궜다가 빠져나온다. 이것은 adhd의 특성이라 어쩔 수 없다. 내 평생 주식에 발 들일 일은 없다고 생각하였거늘 최근에 주식 소식을 많이 접하다보니 궁금해서 주식을 해보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계좌를 개설했고 주식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으나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숫자들과 복잡함이 나를 압도해 바로 꺼버렸다.
얼마전에 알바를 알아보다가 구로에 있는 택배 알바를 지원하게 됐다. 문자를 보냈었는데 못 읽었는지 한참 답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보내니 몇시간 뒤에 문자가 뒤로 밀려 못봤다고 다음에 자리 나면 다시 연락해준다고 했다. 빠르게 체념하고 예전에 했던 배민커넥트 알바를 하기 위해 산업안전교육 영상을 보고 있는데 내일 알바 올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지체없이 내일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내일 해봐야 알겠지만 과연 이 알바를 장기적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힘들어서 또 금방 그만 두는 것은 아닌지 adhd 특유의 기웃기웃 현상이 또 발현할까봐 걱정이다.
산업안전교육 영상을 다 봤다. 내일부터 배민커넥트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주당 근로 시간이 지금보다 많았는데 요즘에는 주당 근로 시간이 20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하다가 쿠팡이츠 배달도 같이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아침 일찍 7시부터 일을 하면 1시에 끝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조금 쉬다가 바로 배민 배달을 하고 또 끝나면 쿠팡이츠 배달도 하는 계획표가 완성됐다. 막상 계획은 이렇게 세워놨지만 또 어떤 변덕이 발동해 계획이 수정될지 모르겠다. 계획은 언제나 바뀌는 것이고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게 아닐까? 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하니까 말이다.
웹툰 작가중에 용두사미로 유명한 양영순 작가가 한 말이 있다. 마지막 장면만 정해져있으면 어떻게든 이야기는 그곳을 향해 흘러간다고. (그걸 아는 사람이 덴마의 결말을 왜 그런 식으로 냈는지 모르겠지만) 내 평소의 지론도 그와 같다. 강물이 비록 늦고 빠름이 있을지라도 결국엔 바다에 도착하게 된다. 동양사 강독 시간에 한문 해석하면서 읽었던 문구였는데 출처가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이에 대한 이과생들의 반박이 존재하나 문구 자체는 멋지니까 시적 허용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오디세우스가 이타카에 돌아가기 까지 무려 20년이 걸렸지만 그가 결국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방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나도 방향을 잃지 않으면 나의 마지막 장면, 나의 이타카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포기하지말고 조바심 갖지말고 느리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자. 이 경험이 남들과 다른 스토리를 가진 특별한 사람이 되게 만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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