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극성장애 치료중 ADHD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한지 20여개월차 되어갑니다. 20개월을 지내면서 알게 된 가장 새로운 것은 긴장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은 상태로 사람이 지낼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프라이즈. 새롭게 알게 된 재밌는 것들은 1. 주변 소음이 시끄러워도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멍해지지 않는다. 2. 사람 얼굴과 이름이 굉장히 쉽게 매칭 된다. 3. 축구, 배드민턴, 짝짜꿍, 리듬 게임이나 전투 RPG같이 눈손협응이 필요한 운동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4. 주변 정리가 수월해졌다. 5. 사람이 많은 장소, 시끄러운 장소에 가면 숨이 차거나 어지럽고 길에서 잠들것 같은 탈력감을 느꼈는데 그걸 공황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6. 조명이 강하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혼잣말을 하거나 노래를 해서 불쾌한 느낌을 해소했는데 이전엔 남들이 기분나쁘게 했으니(원인제공) 그렇게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약물치료 후 처음 이 사고과정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 1. 사람들은 번화가의 대화 소음 정도가 괴롭지 않다. 소음은 누군가 나를 불쾌하게 만들 악의적 목적으로 내는 것이 아니다. - 2. 그러므로 소음-공격받음-방어해야한다-공격 이라는 사고 패턴 자체가 일반인들에겐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내가 보인 공격성이나 방어적인 행동에 사람들이 당황한 것은 소음이 고통을 주는 원인이라는 자각 자체가 없기 때문이며 상대방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갑자기 공격받은 것이 된다.
몇가지 재미있는 패턴들이 더 있는데 6-2 사고과정을 정리하면서 잊어버렸습니다. 모든 성찰이 똑같진 않지만 6-2 사고과정과 비슷합니다. 새로운 상태의 경험 - 이전에 있던 사건의 상대방은 ㉠그때 나와 같은 상태가 아니라 ㉡현재 나와 같은 상태로 평생을 살았을 거라는 예측 - 상대방의 사고과정에 대한 예측 정정 - 상대 행동의 동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과정 자체는 재밌는데 이 해석들이 이해(예측)할수 없는 외부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분노를 이렇게 간단한 걸 혼자만 이해 못했다는 자신에 대한 책망과 합쳐지게 만드는게 좀 번거로운 부분이였습니다. 외부세계와 타인의 판단 기준을 이해할 수 없어 느껴온 불안, 부당함 분노가 자신에 대한 분노로 전환되며 그부분을 해소하느라 멘탈 좀 털렸습니다. 탈탈. 이집 멘탈 탈곡 잘하네 하지만 고생은 과거의 내가 했고 지금은 안 수고스러우니 괜찮습니다. 고마워 과거의 나.
쓰다보니까 ADHD이야기는 별로 안한것 같아서 찔리는데 이게 제가 증상을 이건 양극성장애가 원인! 이건 주의력결핍이 원인! 이렇게 딱딱 자르기가 힘들어서 계속 글을 쓴다면 아마 이 부분은 계속 좀 단면이 모호할 것 같습니다. 일단 줄입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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