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항우울제와 수면제와 각종 영양제들. 약쟁이가 되어버렸다. 약 부작용으로 식욕이 사라졌다. 입이 짧을 뿐이었지 이것도 저것도 먹어보고 싶은 나는 식욕감퇴라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는 고픈데 정말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다. 먹을 의지가 없는건 아니다. 배고픈 감각이 싫고 몸에 힘이 없는게 싫어서 무얼 먹을까 메뉴를 떠올려 보지만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억지로 아무거나 좋아했던 음식을 먹어보지만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다. 눈 앞에 치킨이 있는데 손이 가질 않고 겨우 입에 넣어도 삼켜내가기 힘들어. 간혹 음식이 입에 맞는 날이면 일부러 더 많이 먹어두려 한다. 영양비축같은 느낌. 맛집에 대한 집착이 늘었다. 오랜 불면은 너무도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터라 스스로가 불면증임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그냥 나는 원래 잠을 못 자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이런 말을 했는데 의사는 불면증이라며 수면제를 주었다.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약으로 주겠다 했다. 졸피신을 받았는데 병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은 그 약을 그렇게 쉽게 주냐며 놀라했다. 취급을 하는 병원 자체도 많지 않은 약이라 했다. 입면은 신세계라 할 정도로 쉬워졌지만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하여 가급적이면 약의 도움을 받고싶진 않았다. 다음번 만난 의사가 잠은 좀 어떠냐길래 중간중간 깨긴 하지만 예전보단 나아서 좋다고 답했다. 내 뜻은 ‘약을 안 먹을때보단 좋아요’ 였는데 의사는 ‘중간중간 깨요’에 집중했나보다. 증량을 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증량을 해주었다. 반만 쪼개어 먹을까 싶다. 좀 나은 하루를 살아보고자 약을 먹기로 했더니 부작용으로 열과 두통과 오한과 메스꺼움, 간혹 구토를 한다. 몇몇은 흔치 않은 확률로 보이는 부작용이라는데 그게 왜 하필 나인지. 부족한 영양은 영양제들로 때운다. 이 고생끝에 과연 나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