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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리하기 위해 쓰는 내 근황.
Level 4   조회수 84
2019-06-26 07:23:11
- 2019. 06. 15 공무원 시험 치름.(마킹을 못해서 과락)
- 2019. 06. 16-17 이틀간 제정신이 아니었음.
다음번에 시험 쳐서 다시 이런 성적이 나온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수능처럼 명확한 실력이 존재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
티오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음.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공장에 원서를 넣음.
면접을 보러 갔는데
나 하나
돈이 필요한 치대 남자애 하나(중국 면허라 한국 치과 의사 면허로 바꾸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음. 이상하게 친근하게 느껴짐.)
공시 망친 여자애 하나(나는 걔한테 내 영어점수를 주고 싶었고 걔는 인상 팍 쓰면서 시계 사여 시계! 라고 했음. 어쨌든 떨어진 건 마찬가지인데 돈 모아서 여행 간다길래 놀랐음.)

- 2019. 06. 18
치대 남자애는 떨어뜨린 듯. 나는 바보같이 세 명이서 일하는 줄 알고 신났었다...
우리가 이 공장 아르바이트의 웃기지도 않는 '입사 경쟁자'였다는 데에 씁쓸. 번호라도 물어볼 걸 싶어서 또 씁쓸.

내가 맡은 일은
1. 설레임 껍데기를 기계에 넣기. 기계는 총 7대가 돌아가고 있었기에 두 명 정도가 빠르게 채워넣어야 했음.
2. 설레임 껍질 박스(12kg)을 기계 앞쪽 벽에 쌓아놓기. 한 기계 앞에 2개씩.
3. 7대 기계에 설레임 플라스틱 부위(소위 "밥"이라고 함.)를 하나에 대충 2박스씩 붓기.
4. *완성된 부위를 넣은 박스를 (*4단을 쌓으면 완성임) 수동 리프트로 끌어다가 벽에다가 주차하기.
5. 주차하고 주차한 시각을 표에다 쓰기. 몇 번째 4단인지를 붙여놓기.
6. 2에서 언급한 박스가 비면 쌓아놓았다가 4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테이프질해서 여분 만들어놓기.

내가 힘들었던 점은
1. 맡은 일 1~6은 정말 별거 아닌데 그걸 알아듣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점.
안그래도 청각주의력 떨어지는데 기계는 다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고, 나는 서면으로 된 지시서 하나 받지 못했음.
아니 그야 그렇겠지 거기서도 서로들 다 알아듣고 하더라. 나만 필요했나봐.

2. 모든 기계에는 살인의 가능성이 있는데 설레임 기계를 딱 보는 순간 콱콱 돌아가는 모습에 쫄았음.
모'타'후진이라고 되어 있는 버튼이 있어서 그걸 누르면 바가 뒤로 쭉 밀리고 오른쪽 빈칸에 설레임 껍데기를 잘 넣어야 하는데
왼쪽에서 여분 껍데기들은 계속 기계에 찍히고 있음.
너무 당연한데 껍질 채운다고 기계를 일일이 멈추지 않음. 아니 잠깐 멈추는 방법은 알려줘야 하는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음.
기계 에어를 빼서 아예 멈추는 거 말고(그렇게 끄면 반장이 다가와서 뭐라고 함),
'자동'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급한 순간에 멈출 수라도 있는데, 알려주지 않았음. 아님 내가 못들었나?
어쨌든 난 워낙 손재주가 나쁜 사람이라 앞에 껍데기가 밀리고 넘어지고... ㅋㅋㅋ 그러다 이틀째에 손등 찍힘.
와 딱 한 번 찍혔는데 그 자리에 피 살짝 맺히면서 멍듦.
근데 같이 일하시는 분이 ㅋㅋㅋㅋ 자긴 몇년 일했는데 그걸 그렇게 찍힌 사람은 처음 본대...

3. 모타 후진은 한번 누르면 뒤로 조금 갑니다.
오래 누르면 뒤로 쭈욱 빠집니다. -> 이걸 짤린 날 알았음. 아니... 나야...

4. 맡은 일 4에서 쌓인 박스들이 무슨 박스인지를 일하는 모습을 다 보고도 모름. 그래서 플라스틱 다 쓴 박스들인가 껍질 다 쓴 박스들인가 고민함.
아니 앞에서 사람들이 플라스틱과 결합된 껍질을 차곡차곡 넣어서 쌓아올리고 있는데 그걸 못 보고 이틀동안 고민하다 3일째에 알게 됨.

5. 맡은 일 1~6을 보면 전체적으로 재료를 공급하고 결과물을 옮기고 중간중간 힘쓰는 일을 하는 시야가 필요한 일임...
별로 그렇게 대단한 시야가 필요한 것도 아니건만 4에서 썼다시피 나는 시야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좁음.
솔직히 나는 내가 어느 기계까지 껍질을 넣었는지 기억하는 게 힘들었고, 기계를 다루는 데 필요한 사소한 손재주가 너무 부족했고,
음... 옆사람이 보기 답답할 정도로 수동 리프트 운전을 개똥처럼 했음. 시야와 작업기억력과 방향감각의 부재... 내가 죽어도 면허를 안 따는 이유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함. 안해봐서 그런 거 아니야?

6. 아님. 내 방향치는 매 순간 '신경을 써서' 설레임 껍데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넣어야 하고(절대로 이걸 몸에 맡기면 안됨)
빈 박스를 테이프 붙이는 도구로 붙일 때 1)테이프 방향과 2)테이프 집어넣는 방향과 3) 손으로 잡는 부위를 매 순간 머리로 생각하면서 사용해야 하는 수준임.

- 2019. 06. 20
... 그러던 나에게 대표가 쓰던 수동 리프트 말고 전동 리프트 사용할 수 있겠냐고 물음... 수동은 실수가 실수로 끝나지만 전동은 실수가 골절상으로 끝남.
내 뼈면 나만 억울한데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일언지하에 못한다고 했더니 아니 남자가 그것도 못하냐고 ㅋㅋㅋ
(공장은 남녀 일의 구분 및 남녀가 준수해야 하는 가치(!)의 구분이 바깥세상과는 좀 많이 다름)
해보면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길래 해 보면 하지 말았어야 했구나를 알게 될 거라고 했더니 그날 잘림 ㅋㅋㅋㅋㅋㅋ (이놈의 말본새 ㅋㅋㅋ)

물론 이 리프트 하나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알바 한두번 잘려본 게 아님)
나는 막 나름 침울해져서 나는 공장도 못다닌다고 세상 나같은 놈은 없을 거라고 혼자 징징거렸음.

- 2019. 06. 21
주말 예비군 갔더니 조원 하나가 총을 못 당기고 방향을 나보다 못 잡고 훈련 절차를 나보다 못 기억해서 계속 챙겨줌.
사람이 막 엄청 얼빵해 보였는데(옆에서 봤으면 덤앤더머였겠죠) 토익은 900에 공부도 잘 해서 부산대 전자공학 편입한 사람이었음.
공장 취업할 생각이라길래... 음... 조금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길은 많은 거라고 말해줌.

아니 그 사람의 능력이 나만큼 부족할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 공장 특유의 분위기가 이 사람을 너무 괴롭힐 것 같아서...

- 2019, 06. 22
몸을 움직이는 동안 시험의 나쁜 생각들은 다 극복했다고 생각했음.
그러나 그렇지 않았음.
오히려 일하지 않는 동안 빈 만큼이 다시 터진 둑처럼 밀려옴.
아니 공장 알바 할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 반까지 한국사 1회독하고!! 그랬는데...
도저히 아무것도 못하겠어서 목욕탕 청소 알바 원서 하나만 넣어놓고 22-25까지 게임만 함.

그나마 희망적인 점은 내가 여러가지 모자란 부분들이 있긴 해도 배우기는... 배우기는 한다는 것임.
공장이 나에게 남긴 것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맥모닝 먹고 피방 와서 씁니다...

아니 뭐 할일도 없지마는 그래도 한동안 이렇게 일찍 일어나려고요.
공부는 아직... 도저히 하고 싶지 않네요. 지금 하려고 하면 아마 고갈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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