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진단받고 난 뒤, 다시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나는 출근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기에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상담받을 곳이 있지 않을까 검색을 했었고, 지금은 사라진 호주의 한 상담 사이트에서 운좋게 무료로 상담을 진행해주시는 한국인 선생님을 찾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과 재능기부해주신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시 상담을 알게 된 나는 타인은 이해하려 하면서 나 자신에게 모진 사람이였다.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어 그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아우라로 표출이 된 날이면, 집으로 돌아와 날 화나게 한 상대가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 있는지,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상대는 두둔하면서 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티가 나게 한것과 그런 감정을 가진 나자신을 질책하는데 온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나는 내가 나에게 관대하다고 생각해 왔기에 내가 나에게 모질다는 것을 받아 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던것 같다. 내가 나한테 모질다면 내가 해야할 일들을 미루지 않고 잘 해내야 하는것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는 어떤 일을 실행하기도 전에 해야해! 빨리 해야지! 왜 안해! 언제 할꺼야?!!!! 하며 나를 재촉하고 질책하느라 온 에너지를 써버린 탓에 또 미루고 미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해야할 일을 많이 생각하지 말고 날 잘 달래서 그래 이거만 살짝 해보자 하는 방법으로 바꿔보았다. 자 오늘 학교를 가야하지만 일단 그건 생각하지 말고 샤워만 살짝 하고 와 볼까? 아니 그냥 화장실에 얼굴만 보러가는거야 수건만 챙겨서 살짝 갔다오는거지- 생각보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샤워하는것 옷갈아 입는것 조차 힘들었던 내가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신발까지 신었는데.. 방밖을 못나갔던 적도 종종 있었다. 당시에는 그런 나를 다시 질책하면서 하루를 누워서 보냈는데, 지나와서 생각해보면 옷갈아 입고 신발도 신었던 내자신이 기특할 따름이다.
선생님은 내게 그동안 자신을 채찍질 해온 방법이 효과적이지 못하고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 오히려 해야할 일들을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니 질책하기를 멈추고 다른 방법을 쓰는것이 좋지 않겠냐 하셨고, 자책하는것에 에너지 소비는 이해했다. 그럼 다른 방법은 뭐가 있는것이냐? 왜 이제 자책하는 생각을 줄였는데도 내 삶은 여전히 제자리인것같다고 했다. 선생님은 내게 자기연민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자기연민... 그건 나쁜거 아닌가? 그거 많이 하면 안좋은거 아닌가? 나의 자기연민에 대한 첫인상은 그랬다.
선생님은 내가 나자신을 너무 싫어하고 있고, 과거 미성숙했던 나의 어린시절도 내가 너무 싫어하는 것들이 있다보니 자기연민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던것 같다. 내가 나를 이해해주고, 너 참 많이 힘들었겠다. 나에게 말해주고 나를 안아주는것이 필요할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 나는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나를 누군가가 이해해 주기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이해받고 싶고 사랑받고싶은 나의 욕구... 그런데 내가 나를 먼저 이해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그런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맞는말..
학교에 가지 않고 회사에 가지 않으며 방에만 있는 나.
처음에는 어떤 생각과 감정이 없을정도로 무기력했고 그냥 침대에 잠겨있는 느낌이였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나를 비난하고 이래서 뭘 나아지겠다는거야 스스로 채찍질 하다가 그만두었고, 너 많이 힘들구나,, 그래 힘들어서 그런거구나,, 자기연민을 노력했더니 조금씩 나아졌던것도 같다.
(Part 2에서 동네 벤치에서 있었던 일은 위 시기 한참 이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