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조금씩 업데이트 중이예요. 한번에 수정 잘하려 했는데 잘 안되네요)
50회기의 상담을 통해, 가족에 대한 생각, 어린시절 내가 느꼈던 감정들, 학창시절의 어려움들 등등 을 살펴 볼 수 있었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그 감정의 원인을 탐색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약 9년이 지났다. 9년동안 나름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했고, 세상 살아가는 것들도 많이 편해 졌던것 같다. 나이도 이제 30대가 되서 그런지 롤러코스터가 많이 완만해지기도 했고, 처음하는 일보다 그래도 한번이상 해본일들이 많아져서 그랬을 수도 있을것 같다.
2019년 말, 이미 내 상태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지는 1년이상 지난시기였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 했을때 밝은 모습도 함께 가지고 있는 나였기에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한명, 당시 공황장애로 힘들어 했던 지인만이 너 우울증일 수 있어 병원가봐- 라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병원에 가는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나는 27살에 외국으로 왔어서 정신의학과, specialist를 만나면 돈이 많이 깨질것이라 미뤘던것도 있다. 젊은 치매인가 싶을 정도로 깜빡하는것이 심해졌을때 병원에 가봐야겠다 생각했고, 병원가기전 나의 수면패턴과 식사패턴, 내가 자주하는 자살생각에 대해 정리했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본 나의 수면패턴은 약 한달넘게 평균 4시간 수면하고 있었고, 죽기 위한 방법은 아주 구체적으로 세워 둔 상태였다. GP가 내 상태에 대해 듣고나면 specialist로 refer해주겠지.. 라고 생각하며 GP에게 담담하게 나의 증상들을 설명했다. 부끄럽지만 지각도 잦고, 회사를 결근하기도 하는 내 모습도 말씀드렸다.
결과는 중증도 우울증. Serious depression. 내가 보이는 증상이 복잡하다면, specialist로 refer하겠지만, 전형적인 중증도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에 GP를 통해 우울증 진단과 약 처방을 받았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진단을 받으니 은근 후폭풍이 왔다. 내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고, 중증도라는 말이 슬펐다.
우울증을 진단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상담학과에 진학해 상담을 공부하는 학생이 되었다. 비자용으로 어짜피 학교를 다녀야 하기도 했고, 상담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보니 나도 언젠가 상담사가되어 내가 받아온 감사한것들, 내가 상담을 통해 알게 된것들을 나와 같이 몰라서 헤메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학교에서 정신장애, 우울증에 관해 배울때는 내가 자살률이 높은, 정서적차원보다 생리적차원에서 꼬여버린? 멜랑꼴리아 우울증인것 알게 되었다. 나의 이 무기력과 자포자기한 생활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도 슬펐다. 많은 날 학교를 가지 않았지만, 학교를 가는 날이면 나는 아주 밝은 학생이였다. 원래 대문자 E의 인싸형 인간이기도 했고, 사람들 앞에서 나의 무기력을 드러내는 법을 몰랐다. 교수님께 1:1 면담으로 나의 개인적인 고충을 토로할때면 많이 울었고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 뒤 우울증환자의 모습으로 죽고싶어하는 마음도 터놓을 수 있었다.
교수님은 내게 사람들 앞에서 보여지는 나와 실제 나의 간극이 큰것을 이야기 해주셨다. 밝은 나와 우울한 나 이분화 되어있는 모습.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밝고 씩씩하지만, 하교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힘들어 전 장보고 갈게요- 피하며 장보는 내내 얼굴이 죽상인 채로 마트만 뱅뱅 돌았다. 나는 우울한 내모습 나를 우울하게 힘들게 하는 나의 반쪽의 모습을 싫어했다. 그래서 이유없이 기분이 다운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오면 날 이렇게 만든 우울한 나를 욕했다. 넌 날 죽이고 싶어하는구나, 언젠가 넌 날 죽이겠구나. 내안의 그 우울을 원래 나와 분리해 그 아이를 미워했었다.
교수님의 간극을 줄여보자는 말씀을 듣고, 그 아이도 나라는 걸 인정해보기로 했다. 넌 날 힘들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의 힘듬을 네가 다 안고 있었던거구나... 넌 버티고 버티다 나 좀 쉬고 싶어 우리 좀 쉬자 하고 내게 말하고 있는 거 였구나.. 햇살이 좋은날 동네 벤치에 앉아 그런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고, 한참 울었던것 같다.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어떤분이 가까운 거리에 서서 그냥 함께 있어 주셨다. 한참 울고 나니 그분이 시선에 들어왔고, 세상도 보였던것 같다. 방에만 있던 내게 밖으로 나온것도 용기였는데, 그분이 아무말 없이 그냥 행인처럼 있어주신게 참 감사했다. (물론 그분은 나에게 관심 없고 그냥 거기 계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게 그분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졌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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