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가 ADHD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공부할 때 덜 힘들었을까? 자책과 고통을 견디고 공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연세대학교에 합격하고 선생님이 된 나는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보며 그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ADHD로 힘들어하며 공부를 놓았던 내가 연세대에 합격한 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은 과학고를 준비하던 중2로 돌아간다. 나는 내 중학교 친구들과 올림피아드 준비학원에 들어갔다. 특이하게도 그 학원은 멀쩡한 교실을 독서실로 개조해서 따로 개업했다. 학원은 밤 10시까지만 운영해야한다는 법을 피해서 중학생들을 밤 12시까지 강제로 공부시키기 위해서였다. 한번은 경찰이 와서 단속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시에 초등 1학년부터 영재소리 듣던 아이들이 한 곳에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월말이 되면 1등부터 순위를 매겨 현관 앞에 실명으로 걸어놓는다. 학생들은 닭장 속 닭처럼 독서실에 앉아 성적을 위해 경주마처럼 달렸다. 그리고 나는 경주마 사이에 거북이었다. 친구가 10문제 풀때 나는 한 문제 풀었다. 같이 들어갔던 친구가 앞으로 나갈 때 나는 계속 뒤쳐저 간다고 느꼈다. 나만의 페이스가 있겠지, 차근차근 해보자는 생각과 달리 좌절과 불안감이 내 마음 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문제를 풀다가 딴 생각에 자주 빠지거나 한 문제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했다. 지금은 ADHD증상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짐작조차 못했다. 나는 왜 이만큼밖에 못하지? 라는 생각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자책은 ADHD의 증상 중에 하나인 ‘생각과장’ 덕분에 날개를 달았다. 나는 불성실한 학생인가? 나는 이 학원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인가? 나는 결국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할 인간인가?
만약 내가 ADHD인 것을 알고 적절한 치료와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다면? 나는 과거에 나의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다. 비록 과거로 갈 수는 없지만, 과거에 자신을 구원할 수는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과 불안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황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과거의 나를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그 학생들이 위로와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 이후에 고등학교에서는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과 겪은 트러블을 적어보려고 한다.
만약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댓글로 도움이나 조언을 남긴다면, 기꺼이 도와주고 싶다.
ADHD 과외 선생님의 일기장 블로그 https://blog.naver.com/simjoil/223865042063 |